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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현장서 맞선 여경 딸과 어머니

송전탑 공사현장서 맞선 여경 딸과 어머니

입력 2013-05-23 00:00
업데이트 2013-05-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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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장에서 딸과 엄마가 맞서야 하는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0일부터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공사를 강행한 가운데 폭염 속 주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현장에 딸과 어머니가 대치했다.

딸은 불상사를 막으려고 투입된 경찰이고, 어머니는 송전탑 공사 저지에 나선 현지 주민이다.

밀양경찰서에 근무하는 A(32) 경장은 한전이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지난 20일부터 현장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됐다.

공교롭게도 A 경장의 고향은 송전탑 공사가 진행중인 밀양시 상동면 옥산리다.

고향 집에서는 어머니(59) 혼자 고된 농사일을 하며 지내신다.

A 경장은 지난 20~21일 상동면 송전탑 공사 현장으로 나갔다.

첫날엔 다행히 어머니와 마주치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야산 송전탑 공사현장까지 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50대 후반으로 농촌에선 젊은 층인 어머니는 칠순, 팔순 노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A 경장은 새벽같이 산 위 공사현장에 올라야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공사 이틀째인 21일에는 상동면 도곡리 여수마을로 나갔다.

그곳은 어머니의 고향이어서 외가 친지들이 많은 곳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 주민이 공사장으로 향하는 진입로에서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쓰러져 마을 주민들이 격분해 있었다.

주민 상당수는 경찰의 대응방식을 비난했다.

당시 A 경장은 동료 여경들과 함께 맨 앞에 서 있었다.

외가 친척들이 혹시 알아볼까 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는 “딸이 경찰이 됐다며 어머니와 친척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셨는데…이날은 왠지 너무 송구스럽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경찰이 한전의 송전탑 공사 현장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경찰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하지만 A 경장은 “공사현장 등산로에서 힘겹게 주저앉아 있는 할머니를 경찰관이 업고 내려왔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모습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지난 22일 고향 상동면에서 단장면으로 근무지를 옮기고 난 후에야 부담을 조금 덜었다.

결혼한 지 한 달 된 A 경장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서울서 근무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낸다.

그는 한전의 송전탑 공사 자체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A 경장은 “어르신들이 더 이상 힘겹게 산으로 오르지 않고 마음 편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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