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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후손 ‘땅 싸움’ 2차전…친일재산 인정될까

친일파 후손 ‘땅 싸움’ 2차전…친일재산 인정될까

입력 2013-06-06 00:00
업데이트 2013-06-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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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항소심 첫 재판…청주시 “친일재산 집중 부각” 민영은 후손 “국가 귀속 대상 아니다” 맞서

두 해 전 시작된 친일파 민영은의 후손 5명이 청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땅찾기 소송’ 항소심이 시작됐다.

청주지법 제1민사부(이영욱 부장판사)는 7일 오전 10시 327호 법정에서 후손 5명이 제기한 ‘도로 철거 및 인도 등 청구 소송’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한다.

1심에서 패소한 뒤 ‘승소가 어렵다면 해당 토지를 사들이겠다’던 청주시는 소극적 입장에서 탈피, 문제의 토지가 국고 환수 대상인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계획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과 달리 청주시의 손을 들어준다면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했던 토지를 법원이 환수 판결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시 “문제 토지, 과연 민영은 소유인가” 반격

청주시는 지난 4월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독특한’ 주장을 꺼내놨다.

민영은의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토지가 친일파 민영은의 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소송 대상이 된 청주시내 12필지(1천894.8㎡)의 토지 가운데 8필지(952㎡)의 소유주가 명확하지 않다.

토지대장에 소유주 이름과 주소가 모두 기재돼 있는 4필지와 달리 8필지에는 주소 없이 ‘민영은’이라는 이름만 표기돼 있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주소 기재가 없다는 점에서 8필지의 소유주가 친일파 민영은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일 수 있다”며 “후손들은 토지대장상의 민영은이 조부임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영은이 자기 소유의 땅을 청주시가 사용하도록 승낙했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민영은 후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청주시는 공세적 자세를 취했다.

1심 재판 때 이런 주장에 제대로 답변조차 못했던 청주시는 “설령 12필지 모두 민영은 소유가 맞더라도 민영은이 청주시에 기부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후손들이 내놔야 한다”고 반격했다.

조선총독부 공문서 보존 규정을 보더라도 영구문서를 제외한 모든 문서의 보존연한이 20년에 불과한데 소송 대상에 오른 토지를 점유한 1920년대의 서류를 청주시가 찾아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다.

총독부의 신임을 등에 업고 청주지역을 쥐락펴락했던 민영은이 중추원 참의(1924.4.27∼1927.4.26) 시절에 청주시가 자신의 토지를 무단 점유한 것을 그냥 놔뒀을 리 없다는 추측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민법상 점유자의 소유 의사가 있다면 점유자 스스로 점유 상황을 입증할 책임이 없으며 이를 부인하는 상대방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 민영은 후손 “국가 귀속 문제로 사건본질 왜곡”

민영은은 1905년 6월 충주 농공은행 설립 위원으로 활동했고,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일찌감치 친일 활동을 했다.

문제가 된 토지는 민영은이 토지조사위원으로 있었던 1914년에서 1920년 사이에 취득한 땅이다.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는 그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내기 전에 매입한 땅이라는 점을 들어 민영은이 친일 행위 이전 소유한 땅이라며 청주시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때문에 민영은 후손의 땅찾기 소송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 조사위의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청주시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민영은의 후손들은 “(민영은이) 토지조사위원으로 있을 당시에 취득한 땅이라는 막연한 이유로 국가 귀속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영은의 후손들은 지난 4일 항소심 재판부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서면을 제출했다.

이들은 이 서면에서 “민영은은 부친에게서 1만5천석지기의 재산을 물려받은 재력가로, 공익을 위해 사재를 기부하기도 했다”며 “청주시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시민단체 ‘토지 인도 반대’ 서명 확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친일파 민영은 후손들이 제기한 토지소송 반대 대책위원회’는 첫 재판을 앞두고 주민 서명을 받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충북대학교 학생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데 이어 중·고교생들도 최근 서명 운동에 나섰다.

대책위는 토지 인도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이달 중 마무리하고 내달 초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후손이 제기한 소송을 엄격히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탄원서와 함께 서명지를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범덕 청주시장을 예방, “최선을 다해 소송에 응하겠다”는 입장도 끌어냈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담당 공무원들을 국가기록원에 보내 민영은이 일제 강점기 때 저지른 친일 행적 자료를 라면박스 1개 분량만큼 확보했다.

김성진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말살하려는 시기에 민영은은 일제에 협력하며 부를 축적한 대표적 친일파”라며 “민영은의 재산은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의 국가 위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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