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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전사자

정전 60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전사자

입력 2013-07-11 00:00
업데이트 2013-07-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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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철호 이등상사 유해 발굴…나무도장 단서로 유족 찾아

”고인이 나라를 지켜주셨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6·25전쟁 정전협정 60년만에 발굴한 국군전사자 유해가 나무도장을 단서로 신원이 확인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지난 5월 21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굴된 국군전사자의 신원을 확인, 11일 울산에 사는 가족에 관련 유품을 전달했다.

전사자는 국군 8사단 21연대 소속으로 1953년 7월 16일 강원도 철원 별우지구 반격전투에서 전사한 고(故) 정철호 이등상사이다.

19세의 어린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쟁에 참가한 정 이등상사는 휴전을 10여일 앞두고 전사했다.

국방부 전사자 신원확인 통보절차에 따라 국유단장, 지역관할 부대 지휘관, 행정관서 관계자 등은 이날 정 이등상사 유가족인 조카 정용수(55)씨의 울산 자택을 방문, 국방부 장관 명의의 신원확인 통지서, 도장, 단추, 계급장 등의 유품, 관을 덮었던 태극기를 전했다.

박신한 국유단장(대령)은 정 이등상사의 유가족인 누나 정삼남(87), 여동생 정경분(68), 조카 정씨를 만난 자리에서 유해발굴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고인은 휴전을 앞두고도 몸을 아끼지 않고 전투에 나선 진정한 군인”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의 설명에 정경분 할머니는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또 누나와 조카는 옛 모습을 떠올리는 듯 정 이등상사의 사진과 유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경북 문경 태생으로 시골마을의 2남 3녀 가족 가운데 4째로 태어난 정 이등상사는 1950년 11월 27일 입대해 횡성 부근 전투, 호남지구 공비토벌 등 주요 전투에 참가했다.

특히 1953년 4월 전투에서 상이기장(공무중 부상한 자에게 수여하는 기장)과 1954년 10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된 것으로 보아 부상 중에도 전사한 별우지구 반격전투에 참가해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했다.

정 이등상사의 유품은 철모, 야전삽 등 개인장구류와 나무도장, 지갑 등 소지품이다.

유해발굴사업 이래 처음으로 철모에 씌운 위장포(위장할 때 철모에 덮어씌우는 것)가 함께 출토돼 주목받았다.

국유단은 유해와 함께 발굴된 부식된 나무도장을 정밀감식한 결과 ‘鄭喆鎬(정철호)’라는 이름을 단서로 병적을 추적했다.

이어 6명의 동명이인 가운데 발굴지역을 바탕으로 정 이등상사로 압축한 다음 확인된 유가족과의 DNA검사를 실시, 혈연관계를 확인했다.

고인의 여동생 경분씨는 “1952년 6월 휴가나와 고구마를 심어놓고 가면서 어린 조카에게 ‘가을에 캐서 맛있게 먹어라’ 하고 부대로 돌아간 게 마지막 기억인데 이제라도 유해를 찾게 돼 기쁘다”며 “당시 어머니께서 전사통지서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에 휩싸였으며, 1979년 8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아들을 부르시는 등 평생을 한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정 이등상사의 유해는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올해 대전 현충원에 안장된다.

국유단은 2000년 유해발굴사업 시작 후 국군전사자 7천400여 구를 발굴했지만 현재까지 83명의 신원만 확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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