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발명왕’ 황성재씨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석·박사과정 4년반 동안 130여건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8억원의 기술 로열티를 벌어들인 ‘발명왕’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황성재(31) 연구원.
황 연구원은 오는 8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MobileHCI 학회에서 자석을 이용한 스마트폰 입력장치 기술로 ‘명예상(Honorable Mention Awards)를 받는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자석을 이용해 다른 부속품을 설치할 필요 없이 자석 만으로도 터치펜처럼 필기를 인식하거나 도형을 그릴 수 있고, 펜을 세게 누르거나 돌리는 제스처 만으로 색과 선의 굵기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그가 처음 발명에 입문한 것은 부산 양운고등학교 2학년 재학시절.
휴지를 일정 롤 이상 사용하면 덮개가 내려와 자동으로 끊게 한 ‘낭비 방지 휴지걸이’ 기술로 장려상을 받았다.
2001년 광운대학교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이론적으로 더 배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학과 공부에 주력, 학부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발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KAIST 전산학과 석사과정에 들어온 뒤부터.
2009년 11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산학협력 엑스포에 사람의 행동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전압을 감지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식물 인터페이스 화분을 출품해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터치폰에 한글을 빠르게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특허청이 주최한 ‘IP 오션 공모전’에서 ‘올해의 IP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황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처음으로 발명하기 시작했고, 가장 처음 팔렸던 ‘가상손가락 기술’.
한 손가락만으로도 두 손가락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처럼 터치폰의 줌인·줌아웃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로,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인 ㈜빅트로닉스에 이전해 5억원의 기술 로열티를 받았다.
이어 한글 입력 장치가 삼성전자에 1억5천만원에 팔리는 등 5개 기업에 기술 이전해 8억원의 기술 수입료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특허 출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받기 때문에 특허 수입의 50%를 학교에 돌려주고, 연구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하고 나면 그에게 돌아오는 몫은 많지 않다.
황 연구원은 “기술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대부분 다음 발명에 재투자한다”면서 “뭔가 만들고 있을 때가 그냥 좋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발명은 내게 있어 연구 성과이자 취미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내 발명의 원동력”이라며 “앞으로 학교에 남아 5년 후나 10년 후의 미래를 읽을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