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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 女노조원 성희롱 사건에 ‘오락가락’ 판결

기륭전자 女노조원 성희롱 사건에 ‘오락가락’ 판결

입력 2013-10-17 10:00
업데이트 2013-10-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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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민사재판부, 대법원 형사판결에 “문제있다” 지적 “경찰이 성희롱 안 했다”…노조원 손배청구 기각

기륭전자 여성 노조원을 경찰이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대법원 형사판결이 나온 지 불과 1년여 만에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가 같은 사건에 대해 정반대 판단을 내놨다.

형사사건 판결에서 인정한 사실은 민사사건에서도 존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민사재판부는 사건 당사자 진술 등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대법원의 사실 인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비교될 만큼 사회적으로 관심을 끈 이 사건을 두고 법원이 “경찰이 성희롱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새로 판결함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지난 2010년 4월 파업 집회에 참가했다가 서울 동작경찰서에 연행된 기륭전자 노조원 박모(51·여)씨는 회사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경찰관 김모(45)씨가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 안에 설치된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었는데 김씨가 강제로 문을 열어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고 손발이 마비돼 응급실에 실려갔다며 기자회견을 했다.

김씨는 화장실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던 박씨에게 나오라고 말했을 뿐 강제로 문을 열어 알몸을 쳐다보거나 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킨 일은 없었다며 오히려 박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1년 6개월 동안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법원은 “박씨가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작년 9월 김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반격했다. 성희롱과 무고, 형사재판에서의 위증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원이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단독 심창섭 판사는 “김씨가 화장실 문을 열었을 때 박씨가 옷을 벗고 용변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김씨가 박씨를 성희롱했다는 주장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심 판사는 “박씨가 사건 당시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아두지 않았고 용변을 보는 대신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을 수 있다”며 “박씨가 경찰에 적개심을 품고 거짓 항의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 판사는 “여성 피의자가 옷을 입은 채 전화를 하고 있었고 화장실 문을 약간 열어둔 상태에서 남성 경찰관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약간 더 열었다면 성적 수치심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심 판사는 다만 김씨의 위증을 인정해 박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심 판사는 김씨가 화장실 문을 약간 더 연 것이 사실인데도 박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장실 문에 손을 댄 사실이 없다”는 등의 위증을 해 박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형사판결은 여성 노조원의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라고 판결한 것”이라며 “경찰이 성희롱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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