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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전용폰·관용차 보험 내부서도 “있으나 마나…”

경찰 전용폰·관용차 보험 내부서도 “있으나 마나…”

입력 2013-11-20 00:00
업데이트 2013-11-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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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십억 예산 투입하는데…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5000만명을 넘은 가운데 경찰의 업무용 휴대전화 지급 정책이 수요와 동떨어진 행정력 낭비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경찰 관용차에 적용하는 보험 제도도 윗선의 눈치 탓에 보험 신청을 꺼려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와 특수통신요금제 협약을 맺고 업무용 휴대전화 단말기를 임대해 1만 1289명의 외근 요원과 간부 등에게 지급하고 있다. 1인당 기본요금 2만원을 포함해 최대 3만 1000원까지 지원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35억 4590만원, 올해 36억 69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지급된 휴대전화가 업무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 제도가 1990년대 휴대전화가 귀하던 시절 경찰의 비상 연락 등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데다 업무용 휴대전화 대부분이 시대에 뒤떨어진 모델이기 때문이다. 업무용 휴대전화는 인사 이동 때마다 번호를 바꿔야 하고 업무용 외에 개인 휴대전화를 포함하면 2대씩 들고 다니는 불편함도 있다.

또 2~3년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등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찰청이 노후화를 이유로 교체한 업무용 휴대전화는 지난해 2736대, 올해 1725대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제한 요금제로 개인 휴대전화 요금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 업무용을 굳이 쓸 이유가 없다”면서 “차라리 개인 휴대전화에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무용은 법인 명의여서 소액결제 등의 부가서비스 기능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면서 “이 때문에 개인 휴대전화를 포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청은 2010년 기획재정부에 업무용 대신 개인 휴대전화 통신비 지원 여부를 타진했지만 국가 장비가 아닌 개인 휴대전화에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은 예산 편성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기재부에 이를 다시 문의했다.

경찰 관용 차량이 사고가 났을 때 적용하는 관용차 보험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차 교통사고는 보험사에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2011년 2413건, 지난해 3261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 등으로 보험사에 신고하지 않은 사례들을 포함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윗선이 직접 강요하지는 않지만 관리자급에서 사고 발생 비율이 언론에 부각되는 것을 꺼려 암암리에 개인적으로 처리하라고 권유한다”면서 “껍데기뿐인 관용차 보험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씁쓸해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제도의 취지에 대한 경직된 해석과 시대에 뒤떨어진 공직 문화의 단면”이라면서 “예산 운용 측면에서 무엇이 효율적인지를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보다 문제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승진시키는 인사 관행이 복지부동식 대응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3-11-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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