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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전날 웬 손질’ 세탁기에 총 넣은 말년병장

‘제대 전날 웬 손질’ 세탁기에 총 넣은 말년병장

입력 2014-01-05 00:00
업데이트 2014-01-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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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항명’ 혐의로 기소…검찰 “이런 사건은 처음”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랬는데’

군대에서 속설처럼 전해지는 ‘불문율’을 지키지 못한 한 육군 병사가 전역 후 법정에 서게 됐다.

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어느 날 경기도 김포의 육군 모 보병사단 포병대대에서 복무하던 최모(당시 21세) 병장은 전역을 단 하루 앞두고 있었다.

다음날 병영 밖으로 나갈 순간만 손꼽아 기다리던 그에게 이날 저녁 전혀 예상치 못한 임무가 떨어졌다.

소속 부대의 당직사관이 각종 군용 장비와 물자의 상태를 점검하는 ‘전투장비 지휘검열’에 대비해 개인 총기를 손질하라고 지시한 게 화근이었다.

최 병장은 그 순간 이성을 잃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지난 21개월 동안 군대에서 잘 생활했지만 총기 손질에 드는 10∼20여분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는 전역 전날까지 총기 손질을 하는 게 귀찮다는 생각에 자신의 K-2 소총을 분해해 총열(銃列·탄이 발사되는 금속관 부분)을 세탁기에 넣고 5분간 돌렸다.

최 병장은 행여 세탁기가 망가질 것을 우려해 옷가지로 총을 감쌌다. 하지만 세탁기에서 ‘쿵쿵’ 소리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료가 이를 발견해 상관에게 보고하면서 들통이 났다.

군대에서는 군인에게 총기를 ‘제2의 생명’이자 ‘애인 같은 존재’로 소중히 다루도록 교육하면서 엄격히 관리한다.

군 검찰은 사안이 무겁고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최 병장에게 군형법 제44조의 ‘항명’ 규정을 적용해 처벌하기로 했다.

군형법상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항명한 것으로 간주된다. 항명을 저지른 군인은 전시나 계엄 상황이 아닌 평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군 검찰은 사건 다음날 최 병장이 예정대로 전역해 민간인이 되자 사건을 민간 검찰로 보냈다.

최씨는 “전역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잘못 생각했다”면서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법원의 판단만 남게 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김재구 부장검사)는 5일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은 혐의(군형법상 항명)로 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군에서 규정 위반이 가볍다고 봤다면 군기교육대로 보내는 선에서 끝났겠지만 ‘제2의 생명’이라는 총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린 것은 군 기강과 관련이 있다”며 “이런 사건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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