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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 영어’로 사교육 과연 잡힐까

’쉬운 수능 영어’로 사교육 과연 잡힐까

입력 2014-02-13 00:00
업데이트 2014-02-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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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잡으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영역의 시험을 쉽게 내겠다고 밝혔으나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영어에서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면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일단 교육부는 13일 선보인 올해 업무보고 자료에서 영어 사교육 과열을 막기위해 ‘쉬운 수능 영어’ 원칙을 내놓았다. 교육부는 우선 수준별 수능 폐지로 출제과목이 상대적으로 단순화돼 출제 난도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준별 구분없이 하나로 보는 2015학년도 영어 영역의 출제과목은 ‘영어Ⅰ’과 ‘영어Ⅱ’이다. 지난해 수준별 수능에서 어려운 B형과 비교해보면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하는 ‘영어 독해와 작문’과 심화과목인 ‘심화 영어회화’가 빠져 학습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난도가 높은 수능 영어의 ‘빈칸 추론 채우기’ 문항 수를 작년에 7개(영어 B형 기준)에서 올해 4개로 줄여 쉬운 수능 쪽으로 한발짝 더 다가선다. 지난해 빈칸 채우기 7개 문항은 정답률이 34%로 전체 영어 영역의 평균 정답률(6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수험생들에게 까다로웠다.

교육부는 또 문항당 지문의 길이를 줄이는 것을 비롯해 수능 시험지 분량을 축소할 예정이다. 다만 영어 지문 길이가 짧다고 해서 문제의 난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어, 교육부는 지문 길이와 난도 간 상관성을 좀 더 검토한 뒤 지문 축소 여부를 오는 3월 2015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 발표 때 구체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런 ‘쉬운 수능 영어’ 기조가 수험 부담은 일정 정도 완화하겠지만, 사교육 과열을 진정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갸우뚱하는 시각이 많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수능 영어를 쉽게 낸다고 해도 수능이 상대평가여서 결국 다른 학생과 경쟁을 해야 하는 탓에 사교육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어 영역의 사교육 수요가 줄더라도 경쟁 학생들보다 한 점이라도 더 따려면 수학 등 다른 과목에 대한 사교육 급증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나아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부담되는 과목은 영어보다는 수학이라고 할 수 있어 교육부의 이번 대책이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의 2012년 사교육비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수학의 사교육 참여율은 47.8%로, 영어(46.3%)보다 높았다. 아울러 수학의 사교육비 총 규모가 6조원으로, 6조5천억원인 영어보다 조금 작지만 사교육비가 계속 증가하는 유일한 과목이라는 점에서 조만간 추월 가능성도 있다.

또 지난해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5천470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취학 전 사교육 과목으로 수학(73.0%)이 영어(67.2%)보다 높았다. 학부모 1천9명을 모집단으로 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무려 응답자의 99%가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대답이 나왔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쉬운 수능 영어가 학생들의 공부 부담을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국어와 수학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과목의 사교육비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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