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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사건’ 강기훈 “검찰의 유감 표시 바란다”

‘유서대필사건’ 강기훈 “검찰의 유감 표시 바란다”

입력 2014-02-13 00:00
업데이트 2014-02-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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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운동권 동료의 자살을 부추긴 ‘배후 세력’으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가 13일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강기훈씨는 “검찰의 유감 표시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감 밝히는 강기훈씨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강씨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소감 밝히는 강기훈씨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재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서울고법은 자살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강씨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그는 판결 직후 법정을 나온 뒤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당시 기억을 잠깐만 떠올려 어떤 형태로든 유감의 표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씨는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간부였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서강대 본관 5층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이고 투신자살하자 검찰에 의해 김씨의 자살 배후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만기 복역 후 출소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무죄 판결에 대한 소감은.

▲ 재판이라는 게 객관적인 사실 혹은 진실을 전부 다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이번 판결은 과거 확정 판결을 내리고 그것을 문서로 쓰고 감옥에 보내는 과정을 재판부가 인정했다는 데 있다. (사건 후) 23년만이다. 그 과정에서 이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당사자로 재판을 받긴 했지만, (나는) 당시 사건으로 똑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삶이 뒤틀린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이 판결로 이분들의 아픔에 위안이 되길 바란다.

또 재판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분들이 나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제가 아프게 됐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위안을 줬다. 그것을 잊지 않겠다.

-- 검찰에 할 말은.

▲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관여한 검사들은 나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사건 당시에 그들이 유죄 확신을 갖지 못했던 뉘앙스, 느낌을 기억한다. 당시 기억을 잠깐만 떠올리셔서 검찰이 어떤 형태로든지 유감의 표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재판이 어떻게 되건 나는 그들의 한 마디가 가치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고 김기설씨에게 한 마디.

▲ (이 사건으로) 나는 갑자기 잡혀 들어갔고, 그 사람은 유서도 못쓰는 사람이 됐고, 당시 동료들은 오명을 뒤집어 썼다. 직접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사건이다. 그들 모두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욕을 한 사람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피해자다. 오늘 재판을 통해 한이 조금이라도 풀리게 되길 바란다.

-- 지금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 판결 선고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 재판부가 유감의 표시도 하지 않는군요 라는 게 첫 생각이다. 이게 저만의 재판이 아니다. 재판부가 과거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기회이고 검찰로서는 자기 잘못을 반성할 기회로 삼았어야 한다. 판결 내용은 상관없다. 재판부가 저를 세워놓고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겸허하게 얘기할 때 권위가 서는 것이다.

-- 국과수 감정위원 등 사건과 관련된 정부 관계자에 대한 마음은 어떤가

▲ 특별한 감정은 없다. 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일을 열심히 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한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상상을 하지 못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바로 그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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