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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곡 지정…보훈처 말바꾸기에 총리는 맞장구

5·18기념곡 지정…보훈처 말바꾸기에 총리는 맞장구

입력 2014-04-09 00:00
업데이트 2014-04-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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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국회 촉구)존중하지만 또 다른 목소리 무시못해”보훈처, 보훈단체 위주로 반대 의견만 수렴

5·18 민주화운동 34주년 기념일을 한 달여 앞둔 광주 지역사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 문제로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노래 한 곡이라도 실컷 부르게 해달라”는 국회 등 각계의 요구가 정부에 의해 또 묵살될 형국이기 때문이다.

◇ 박승춘 보훈처장 말바꾸기에 총리는 맞장구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지난해 7월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에서 (기념곡 지정 촉구)결의안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해 기념곡 지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 보훈처장은 지난해 12월 같은 회의에서는 한발짝 물러섰다.

그는 “많은 논란이 있어 기념곡 지정을 못하다가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회 의견을 존중,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것”이라면서도 “추진 과정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돼 지금 고민하고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론 분열’ 가능성이 있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아예 쐐기를 박았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회 결의안 통과를) 존중은 하지만 국민의 또 다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워낙 강한 반대여론도 있어서 잘못하면 국론이 분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워낙 강한 반대”…누가 했나?

박 보훈처장이 밝힌 ‘여러가지 문제점’과 정 총리가 언급한 ‘워낙 강한 반대여론’의 근거는 보훈처의 의견 수렴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보훈처의 활동은 수렴이 아닌 반대 여론 ‘수집’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견 수렴 대상 단체의 면면을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과 ‘워낙 강한 반대’의 배경이 절로 읽힌다.

보훈처는 국회 결의안 촉구 후속 조치에 대한 질의 답변에서 기념곡 지정 반대 의견을 제시한 14개 단체를 공개했다.

해당 단체는 광복회, 재향군인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재의동지회, 무공수훈자회,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유족회, 4·19공로자회, 특수임무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6·25참전유공자회, 월남전참전자회다.

국가보훈처와 대부분 ‘특수 관계’인 이들 단체가 보훈처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일방적인 의견 수렴”이라며 “국회의 권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정홍원 총리가 국회 본회의에서 회피성 발언을 한 것은 박근혜정부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결핍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고 국회를 경시함은 물론이고 5·18 영령과 기념곡 지정을 원하는 국민의 가슴에 다시 한번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애국단체총협의회는 때마침 9일자 조선일보 등 4개 신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 그들의 ‘임’은 과연 누구인가?”라며 기념곡 지정을 반대하는 광고를 냈다.

이날 오전 민주화운동 단체와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념곡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 ‘민의 대변’ 국회, 광역·기초의회 “기념곡 지정” 한목소리

강 의원의 표현대로라면 보훈처에 의해 권위를 도전받거나 무시당하는 곳은 국회뿐만이 아니다.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지난 2월 11일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의결했다.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도 지난달 18일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민의의 대변 기관인 국회, 기초·광역의회 모두가 기념곡으로 원한 노래를 보훈처 등 중앙정부가 외면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국회가 여야 구분없이 결의해 촉구했는데도 국론분열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결국 국회를 국론분열 조장세력으로 전락시키는 꼴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훈처가 국민의 거대한 요구에는 눈과 귀를 막고 일부 반대 의견에만 현미경과 보청기를 들이대면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며 “차라리 민중가요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히든지, 그것도 아니면 좀 더 납득할만한 명분이라도 내세우는 것이 정부에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재일 5·18 기념재단 이사장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지정하도록 결의하지 않았느냐”며 “정 총리의 주장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이고, 이는 곧 정부와 보훈처의 입장일 것”이라고 규정했다.

오 이사장은 “지난해에도 정부는 행사 하루 전까지 세부 식순과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여부를 안 알려주고 국가 기념일이라면서 행사를 꾸리는 당사자에게도 비밀로 진행했다”며 “이달 말까지 제창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했으니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5·18 단체들은 기념곡 지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달 34주년 기념행사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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