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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기준, 진단에 부적절”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기준, 진단에 부적절”

입력 2014-04-21 00:00
업데이트 2014-04-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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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터넷 자가진단 기준이 중독 진단에 부적절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법인 ‘IAT’(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가 실제 인터넷 중독 여부와 정도를 진단하는데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하지현 교수는 2006년 9월~2011년 10월까지 건국대병원 인터넷중독 클리닉을 찾은 6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21.7±7.1세(최저 11세, 최고 38세)로, 전체의 91.4%(47명)가 남성이었다. 이들은 기분부전장애와 함께 주요우울장애(24명),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8명), 사회공포증(3명), 파탄적 행동장애(품행장애와 반항성장애 3명), 양극성장애(1명), 폭식(1명), 적응장애(1명) 등 정신건강의학적 차원의 질환을 동반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임상의 중증도에 따라 경증(11명), 중등증(25명), 중증(16명)으로 구분했다. 중증은 인터넷 중독으로 학교 출석을 거부하거나 학업을 중단한 경우, 직장에서 감정이나 기능 장애로 입원이 필요한 경우, 6개월 이상 사회적 관계에서 거의 단절된 경우, 게임 아이템 구매 또는 온라인 도박과 같은 행위로 심각한 재정적 문제가 생긴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중증그룹이 경증그룹에 비해 인터넷 중독 증상의 지속 기간이 길고 인터넷도 더 오래 사용했다. 하지만 IAT 점수는 오히려 경증그룹이 중증그룹보다 높게 나왔다. 또 세 그룹 모두 인터넷 중독으로 일상생활에서 학업성취도 저하, 가족간 갈등, 조절능력 상실 등 뚜렷한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IAT 점수가 70점 이상 나온 사람은 대상자의 43%인 22명에 불과했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IAT 점수가 70점 이상이면 인터넷 사용으로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사용자로 분류한다. 그럼에도 IAT에 따른 중증 환자 분포비율은 경증이 7명(63%), 중등증 8명(32%), 중증 7명(43%)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적으로 경증이라고 진단된 환자의 중증도보다 낮은 규모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를 통해 IAT 점수가 인터넷 중독자의 일평균 인터넷 접속시간이나 임상적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이는 중증의 임상적 문제를 가진 인터넷 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측정한 IAT 점수가 기준치보다 낮게 나온 데서도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하지현 교수는 “연구 결과, IAT는 오히려 게임에 잠시 빠져있는 사람의 점수가 높게 나오고 중증 환자는 자신의 중독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으나 IAT로는 이를 보정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잠시 몰입해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지나치게 인터넷에 빠져든다고 느끼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오지만 중증 환자는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한다. 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점수가 낮게 나와 인터넷 중독으로 진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이어 “자가보고검사를 통한 진단은 임상적으로 문제가 있다”면서 “면밀한 전문적 평가를 통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IAT를 많이 쓰면서도 임상적으로 문제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IAT가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를 살핀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이 연구를 통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이나 게임중독 환자 수에 대한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논문은 최근 SCI급 정신의학저널(Nordic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렸다.

IAT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킴벌리 영 박사가 고안한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법으로,현재 국내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등에서 발표하는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대부분 이 검사 모델을 근거로 하고 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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