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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여 환자 혈압체크란에 같은 숫자만 적은 간호사

30시간여 환자 혈압체크란에 같은 숫자만 적은 간호사

입력 2014-04-27 12:00
업데이트 2014-04-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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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신병원서 만취환자에 과도하게 강박한 상처, 신체권 침해”

지난해 10월 8일 오전 전라북도의 한 정신병원.

평소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50대 남성 A씨는 그날 아침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다 응급차에 실려 왔다. 참다못해 A씨의 어머니와 아들이 A씨를 입원시켰다.

병원 측은 A씨에게 안정이 필요하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에 따라 오전 11시 50분께 안정실에 A씨를 격리 조치했다.

A씨의 팔과 다리를 끈으로 고정하는 강박 조치도 간간이 이뤄졌다.

그러나 강박 조치 중 A씨가 거칠게 저항하면서 손목과 발목에 상처가 났다.

간호사 B씨는 격리 사흘째인 10일 밤 A씨의 오른쪽 손목과 왼쪽 발목에서 상처를 처음 발견했다.

B씨는 A씨의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고 거즈로 상처를 감쌌다.

하지만, 전문의에게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다시 A씨의 팔·다리를 묶었다. 금단현상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서였다.

강박은 B씨가 A씨의 상처를 발견한 이후에도 계속됐고 A씨의 팔목과 발목의 상처는 점점 더 깊어졌다.

A씨의 격리 조치는 닷새째인 12일 오전 9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격리 중 이뤄진 강박 시간만 무려 30시간 45분에 달했다.

A씨는 간호사 B씨가 자신의 팔·다리에 상처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강박을 계속했고 B씨로부터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B씨는 A씨가 강박 끈으로 묶인 30여 시간 동안 매시간 기록한 ‘강박일지’에 A씨의 혈압·맥박 수치를 모두 똑같이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혈압 등을 제대로 재지 않고 형식적으로 일지의 체크 항목을 채운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제기됐다.

격리조치가 이뤄지는 동안 매시간 기록해야 하는 ‘격리일지’도 8∼10시간에 한 번씩 작성하는 등 간호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권위는 해당 병원장에게 격리·강박을 최소한으로 시행하고 환자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해 신체가 상하는 일이 없도록 직원에게 교육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B씨는 30회에 걸쳐 혈압·맥박 수치를 똑같이 쓰는 등 신빙성이 의심될 정도로 형식적으로 강박일지를 기록했고 매시간 환자의 상태를 체크해 자세히 기록하도록 한 격리일지도 성실하게 작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B씨는 전문의의 지시도 받지 않고 A씨에게 필요 이상의 강박을 시행해 상당한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혀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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