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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까지 내리고 제집 안방처럼 들락날락

닻까지 내리고 제집 안방처럼 들락날락

입력 2014-05-28 00:00
업데이트 2014-05-2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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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틈타 기승… 연평도 中어선 불법조업 현장 가보니

“중국 어선들이 바닷가 코앞까지 들이닥쳐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해양경찰청의 단속이 느슨해지니까 제집 안방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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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쪽 해안에서 세월호 참사로 해경의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불법 조업 중인 한 중국 어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한 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2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쪽 해안에서 세월호 참사로 해경의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불법 조업 중인 한 중국 어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한 채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2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서북방 400~500m 해상. 중국 어선 3척이 눈에 닿을 만한 거리에 그물을 쳐 놓은 채 선원들은 갑판에서 쉬고 있었다. 아예 닻을 내리고 꽃게가 걸리기를 기다릴 만큼 여유가 있다. 배 뒤에 꽂힌 붉은 깃발만 아니면 국내 어선으로 착각할 정도다. 해안가 200~300m까지 근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민 이용찬(44)씨는 “좀 과장하면 낚싯대를 던지면 추가 닿을 만한 거리”라며 “특히 밤에는 얼마나 가까이 붙는지 중국 선원들끼리 얘기하는 소리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이 연평도 해상에 상당 시간 머무는 동안 이를 단속하는 해경 함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선주 곽용근(55)씨는 “중국 어선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엔 세월호 사고를 틈타 노골적으로 불법 조업을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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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연평도 바닷가에서 목격된 중국 어선은 13척이었다. 지난 18일에는 63척에 달했고, 100여척이 출현한 날도 있었다. 박성철(49)씨는 “얼마 전만 해도 새까맣게 몰려 있어 밤에는 선단에서 나오는 불빛이 수㎞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순 10여척이었던 중국 어선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중순 이후 20~80척으로 늘었다. 어민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중국 어선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무차별 조업이다. 우리나라에선 금지된 촘촘한 그물코를 이용해 쌍끌이 저인망 방식으로 치어까지 마구 잡아 수산자원을 거덜내고 있다. 게다가 7, 8월은 꽃게 산란기 보호를 위한 금어기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 어선들은 해경 단속 함정이 다가가면 북방한계선(NLL)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나타나는 줄다리기를 계속해 ‘NLL 곡예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진구(56) 연평도 어민회장은 “중국 어선들은 운반선, 유류선까지 동원해 대형 선단을 이뤄 조업을 한다”며 “심지어 우리 어선이 쳐 놓은 통발 위에 그대로 통발을 겹쳐 올리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김진선 어업지도선 선장은 “중국 어선 단속은 해경이 주로 담당하는데 북한과 맞닿아 있는 해역이라 단속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어선들은 최근 기동력이 부쩍 좋아져 해경대원들이 고속선을 타고 추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남편이 선주인 유창미(52)씨는 “꽃게 어획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모처럼 재미를 보고 있는데 중국 어선만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 간다”고 말했다. 해경이 세월호 사고 수습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중국 어선들이 횡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은 4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1척의 10%에 불과하다. 해경은 조직 해체와 상관없이 중국 어선 단속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일선 해경대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라 효율적인 단속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중국 어선 단속은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임무”라며 “조직이 해체되는 마당에 누가 그런 위험을 무릅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4-05-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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