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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논문표절…”만연된 적폐 이제는 끊어야”

또 불거진 논문표절…”만연된 적폐 이제는 끊어야”

입력 2014-06-17 00:00
업데이트 2014-06-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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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논문에 교수 이름 올리기’ 비도덕적 관행 비난 줄이어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한 축을 맡게 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 안전행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한꺼번에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특히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송광용 수석은 학술 윤리를 바로잡아야 할 교육계의 두 수장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과거 만연했던 관행’이라는 일부 동정론에도 불구하고 해외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한국 학계만의 도덕적 치부를 드러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더욱이 참여정부 시절이던 지난 2006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가 제자의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취임 13일 만에 사임한 이후 표절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다시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제자 논문에 교수 이름 올리기 정당한가 = 김명수 후보자와 송광용 수석은 모두 자신의 제자가 과거에 쓴 논문과 제목 및 내용이 거의 같은 논문을 자신의 이름으로 냈다는 게 공통점이다.

제자의 논문 내용을 인용하거나 축약하는 등 표절해 제1저자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제2저자에 제자의 이름을 등재했다.

문제가 된 김 후보자의 논문은 2002년 6월, 송 수석의 논문은 2004년 12월과 2005년 4월에 각각 발표된 것이다.

제자의 논문에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제1저자로 등재하는 일은 이들의 논문이 발표됐던 10년 전에는 학계에 만연한 관행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

또 제자 논문에 교수의 이름을 올릴 때 제2저자(교신저자)로 올리는 것은 일반적이며, 제1저자로 올리더라도 제자가 양해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정병익 교육부 학술진흥과장은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에 딱 들어맞는 연구윤리 지침은 아직 찾지 못했다”며 “하지만 제자가 동의해 준 부분이 중요하다. 석사논문을 쓴 저자가 양해한 것이라면 문제제기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제자의 논문에 지도교수의 이름이 제1저자로 올라 있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할 수 없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지적도 많다.

제1저자냐, 제2저자냐에 따라 교수의 논문실적 평가, 연구력 지표 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자가 양해했다고 하지만, 이 ‘양해’가 관행처럼 굳어져 제자의 연구실적을 교수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행위야말로 오랜 세월 근절되지 못한 우리 학계의 고질적인 적폐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의 모 사립대 인문학부의 한 교수는 “최근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제자가 교수에게 자신의 연구 실적을 ‘선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다”며 “이런 일은 해외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있는 A대학의 한 교수는 “지금도 60∼70% 정도는 제자의 실적에 자신의 이름을 얹는 비도적적 관행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고발했다.

이 교수는 “이런 교수들은 자신의 행위를 마치 대형 건설사가 공사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작은 기업에 하청을 주는 것과 같은 성격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 관행 핑계로 논문 표절 대충 넘어가도 되나 = 논문 표절 논란의 파장이 공직 사퇴까지 이어졌던 대표적 사례는 참여정부 시절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꼽을 수 있다.

김 전 부총리는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시절 제자의 학위 논문을 표절하고 교육부의 BK21 사업에 참여하면서 동일 논문을 2개의 연구 실적으로 보고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본인의 적극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취임 13일만인 2006년 8월 사임했다.

이듬해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8편이 ‘표절 또는 중복 게재’에 해당한다는 고려대 진상조사위원회의 발표가 나오면서 취임 한 달 반만인 2007년 2월 물러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2008년 2월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임명 과정에서 제자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박 수석은 그해 5월 부동산 투기 및 서류조작 의혹 등으로 결국 사퇴했다.

2009년에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청문회 과정에서 교수 시절 18건의 연구실적 중 자기표절 1건, 허위등록 2건이 발견됐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2010년에는 논문 자기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수훈 전 아주대 총장이 사퇴했고, 이현동 전 국세청장도 청문회 과정에서 석사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몇년간 논문 표절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인물은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이다. 그는 2012년 4.11 총선 당시 박사학위 논문의 표절 논란으로 탈당하고 동아대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문 의원은 그의 논문이 표절로 최종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 복당해 논란이 됐다.

정치권과 재야학계에서는 김병준 전 부총리 낙마 이후에도 논문 표절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선에서 그치는 경향이 커져 왔다고 지적한다.

과거 관행이었다고 할지라도 논문 표절이 이제는 근절돼야 할 심각한 도덕성 마비 증세임이 분명한만큼 이를 적당히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B대학의 한 교수는 “아무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지만, 이런 잘못된 표절의 관행을 끊으려면 공직자나 총장 등에 임명되지 못하도록 철저한 감시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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