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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검찰 수사 3개월…‘결정적 실수’ 3차례

유병언 검찰 수사 3개월…‘결정적 실수’ 3차례

입력 2014-07-22 00:00
업데이트 2014-07-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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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기업회장 믿고 도피 가능성 예측 못해수사 초기 경찰과의 공조 미흡…수사 장기화 초래40일전 유씨 변사체 발견…검경 결정적 초동수사 부실

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수사를 벌인 3개월 간 검찰은 3차례 결정적 오판을 하거나 실수를 저질렀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이 도피할 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이후 유씨의 은신처를 뒤늦게 파악하며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또 유씨 도피 초기 많은 인력을 보유한 경찰과 신속하고 긴밀한 수사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 장기화를 초래했다.

순천서 발견된 시신을 노숙인의 단순 변사체로 판단, 유씨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40일가량 수사력을 낭비했다.

◇ 유씨 몸통 판단하고도 ‘도피 가능성’ 예측 못해

22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유씨 일가가 국내·외에 4천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도 청해진해운을 부실하게 운영하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세월호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참사 나흘 만인 4월 20일 검찰은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유씨 일가와 측근의 경영 비리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초기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경리직원, 계열사 퇴직자, 유씨 일가 계열사와 거래한 여러 신협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로 어느 정도 ‘바닥 다지기’를 한 검찰은 유씨 측근들을 잇따라 구속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이재영(62) ㈜아해 대표 등 유씨 측근 8명을 구속한 뒤 곧바로 유씨 일가로 칼끝을 옮겼다.

검찰은 5월 중순까지도 유씨가 금수원에 계속 머무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미 유씨는 4월 23일 새벽 금수원을 빠져나와 신도 집 2곳을 거쳐 5월 3일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으로 도피했다.

검찰은 종교 지도자이자 비교적 큰 기업의 회장을 지내는 등 사회적 체면이 있는 유씨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순순히 응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그사이 유씨는 측근들을 불러 모아 대책회의를 연 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조직적인 비호를 받으며 두 달 가까이 도피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검찰은 유씨가 금수원을 빠져나간 사실을 20여 일 뒤인 5월 17∼18일께야 파악했다.

◇ 수사 초기 경찰과의 공조 미흡…수사 장기화 초래

검찰은 5월 22일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검거팀을 순천으로 급파했다. 순천 현지에서 유씨를 돕던 구원파 신도 추모(60·구속 기소)씨의 존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같은 달 24∼25일 이틀 간 조력자 4명을 검거했다. 그러나 유씨의 소재는 오리무중이었다.

검찰은 뒤늦게 조력자 중 한 명의 진술을 받아 25일 밤 유씨 은신처인 별장 ‘숲속의 추억’을 덮쳤다.

그러나 추씨 등의 체포로 포위망이 좁혀진 것을 눈치 챈 유씨는 이미 구원파의 연락을 받고 사라진 뒤였다.

검찰은 당시 체포 작전을 시작하며 지역 지리에 밝은 순천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를 코 앞에서 놓친 검찰은 6월 3일 뒤늦게 경찰에 수사 협조를 구해 ‘경찰 총괄 TF’를 구성했다.

유씨 검거에 경찰관 특진까지 내걸고 통신수사, 차량 추적, 수색·탐문 등 대대적인 압박에 나섰다.

무려 검사 15명 등 검찰 인력 110명과 전담 경찰관 2천600여 명이 은신처 수색이나 검문검색에 동원됐다.

해경 2천100여 명과 함정 60여 척도 유씨 밀항 시도에 대비, 해상 검색활동 등에 투입됐다.

그러나 정작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밝혀진 유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도피 조력자 등 ‘깃털’만 잡아들이는 데 그쳤다.

검찰이 유씨 도피 초기부터 전국 각지에 많은 인력을 확보한 경찰과 공조를 하지 않아 수사가 장기화했고, 결국 유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신병 확보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40일 전 유씨 변사체 발견…초동 수사 미흡

검찰의 헛발질은 유씨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지난달 12일 오전 9시 6분께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로부터 2.5km가량 떨어진 한 매실밭에서 부패된 남성의 시신 한 구를 수습했다.

변사 사건을 지휘한 담당 검사와 부장검사는 ㈜한국제약의 ‘ASA 스쿠알렌’ 빈병과 유씨의 책 제목이 안쪽에 새겨진 가방 등 유씨와의 관련성이 있는 유류품 목록을 보고받고도 단순 노숙인의 변사로 판단, 대검에 보고하지 않았다.

그 결과 40일 넘게 검찰은 유씨의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엉뚱한 ‘꼬리잡기’에 수사력을 낭비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이미 사망한 유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하며 신원 확인 하루 전에 아직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촌극을 벌였다.

앞서 유씨의 시신을 수습한 경찰도 해당 유류품을 보고 유씨와의 관련성을 떠올리지 못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반 변사 사건에 대한 부검 영장은 일선에서 하루에 수십 건씩 나간다”면서 “신문 볼 시간도 없는 변사 담당 검사가 변사자 주변에 흩어져 있는 유류품만 보고 유씨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다소 황당한 해명을 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뒤늦었다고 지적하지만 그때 부검 지휘라도 했기 때문에 (유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과 경찰은 유력 은신처 인근에서 발견된 유씨의 시신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한 달 넘게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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