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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해충’ 괴담에 억울한 아프리카 왕달팽이

’최악 해충’ 괴담에 억울한 아프리카 왕달팽이

입력 2014-08-17 00:00
업데이트 2014-08-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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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주부 박유정(32·여)씨는 최근 네 살 딸이 어린이집에서 받아 온 달팽이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처음 수㎝에 불과하던 덩치가 순식간에 커지는 게 신기해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세계 100대 해충에 속하는 ‘아프리카 왕달팽이’란 글이 나왔던 것.

일부 네티즌은 이 달팽이가 뇌수막염을 유발하는 광동주혈선충을 옮길 수 있다며 뜨거운 물을 부어 죽이라고 조언했다.

박씨는 “너무 끔찍한 이야기인데 방생도 할 수 없고, 살아 있는 생물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는 것도 못할 짓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애완 달팽이가 유해하다는 이야기에 놀란 사람은 박씨만이 아니다.

역시 유치원에서 준 달팽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서울 송파구의 한 주부는 “그렇게 유해하다는 게 사실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유치원 측과 직접 얘기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근거 없는 괴담으로 밝혀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종에 아프리카 왕달팽이가 포함된 것이나 그것이 광동주혈선충 등의 숙주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보다 훨씬 더운 나라에서의 얘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에서 왕달팽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우병환 왕달팽이월드 대표는 17일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섭씨 25∼30도에서 자라며 17도 아래로 내려가면 죽는다”며 “한반도에서는 야생화 된다는 게 불가능한 품종”이라고 말했다.

야생하며 번식할 경우 해충으로서 나쁜 영향을 주지만, 집안에서 짧은 기간 생존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 아프리카 왕달팽이는 식용 목적으로 1980년대에 국내에 도입됐으나, 지난 30여년간 별다른 환경 교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야생화해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는 까닭에 인간에게 광동주혈선충 등 기생충을 옮기는 숙주가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광동주혈선충이 국내에서 발병한 사례는 1980년 원양어업에 나갔다가 사모아에서 아프리카 왕달팽이를 날것으로 먹은 선원들이 집단 발병해 1명이 숨진 게 유일하다.

서울 모 대학의 기생충학 교수는 “광동주혈선충증은 달팽이 등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권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면서 “국내에서는 여러 여건상 이 기생충의 생활사가 유지될 수 없는 만큼 지금으로선 특별히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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