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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마신 두살 딸 ‘골든타임’ 놓친 사연

살충제 마신 두살 딸 ‘골든타임’ 놓친 사연

입력 2014-08-25 00:00
업데이트 2014-08-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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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세곳 전전…대학 병원서는 ‘엉뚱한’ 독감 검사

“제 딸이 살충제를 마신 것 같아요.”

A(40·여)씨는 2010년 12월 27일 오후 5시께 황급히 동네 소아과 의원을 찾았다.

당시 두 살이던 딸은 한 시간 전 신발장에 놓여 있던 비타민 음료 병에 담긴 액체를 4분의 1가량 마신 후 뱉어냈다. 액체는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살충제였다.

의원에서 “응급실로 가라”는 권유를 받은 A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돌아가 살충제 성분 세 가지를 메모한 뒤 종합병원 소아과로 갔다.

”약물중독 치료는 더 큰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A씨는 결국 병원 두 곳을 거쳐 오후 7시 5분께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소아과 전공의 1년차인 응급실 당직의는 A씨의 메모를 보고 환자 기록지에 적었다.

그 사이 의식이 또렷했던 딸은 오후 9시께 토하고 다시 잠들었다가 이튿날 자정 무렵부터 보채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다가 경기까지 일으켰다.

”의사는 어디갔느냐”며 수차례 항의하고나서야 나타난 당직의는 독감 검사를 했다. 결과는 당연히 음성이었다.

A씨의 딸은 이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병원에 도착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검찰은 당직의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두고 수사했으나 “아이가 약물중독으로 숨질 것이라는 데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자식을 잃은 아픔을 달래려던 A씨는 결국 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지법 민사 14부(조성필 부장판사)는 최근 대학병원으로 하여금 A씨에게 8천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병원 측은 입원한 지 17시간이 지나도록 단순히 수액을 투여하거나 해열제만을 처방한 채 치료시기를 놓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2007년부터 6년간 이 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유기인계 농약 중독 환자 가운데 1일에서 4일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는 중간증후군이 발생한 환자 67명 중 58명(86.6%)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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