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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가진 돈이 싫어’…어느 정신질환자의 하루

’난 내가 가진 돈이 싫어’…어느 정신질환자의 하루

입력 2014-10-30 00:00
업데이트 2014-10-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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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차례 태우거나 버린 돈 1억6천만원대, 경찰이 찾아줘

지난 29일 낮 12시 20분께 서울 도봉경찰서 도봉1파출소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한 남성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수백만원을 인출해 현금카드와 함께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었다.

경찰은 112 신고를 접수한 뒤 CC(폐쇄회로)TV 분석을 통해 50대 남성이 현금과 수표 389만원을 찾아 실제로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것을 확인했다.

경찰이 파악한 결과 이 남성은 서울 도봉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정신분열증 5급 김모(52)씨. 경찰은 3시간 뒤 김씨를 만나 돈을 돌려줬다.

그러나 김씨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씨는 오후 3시 55분께에도 한 도로 옆 하수구에서 경찰이 어렵사리 찾아준 389만원에 불을 붙였다. 경찰은 “한 남성이 돈을 태워 하수구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는 112 신고를 받고 또다시 출동했다.

389만원 가운데 1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 3장은 모두 타버렸고, 5만원 짜리 2장과 1만원 짜리 31장은 일부 탄 상태였다.

경찰은 이 역시 김씨의 행동으로 보고 그가 사는 한 고시원으로 찾아가 돈을 건넸다.

경찰의 마지막 ‘수난’은 오후 7시께 찾아왔다.

김씨의 동생이 “형이 은행에서 1억6천만원을 추가로 인출했는데 잃어버렸다”고 다급하게 신고를 한 것. 그 액수도 낮의 수백만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돈이었다.

경찰은 이미 해가 진 어두운 거리를 30분간 수색해 한 은행 근처 하수구에서 1억원 짜리와 6천만원 짜리 자기앞수표 각각 한 장을 찾아냈다.

문경재 도봉1파출소장은 30일 “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훼손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입건은 하지 않았다”며 “지폐를 공중에서 날리는 경우는 가끔 봐왔지만, 억대의 돈을 태우거나 버리는 경우는 경찰 생활 36년 만에 처음 본다”고 말했다.

훼손된 지폐는 원래 크기 기준 75% 이상의 면적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액면금액 전액을, 40% 이상은 절반을 한국은행에서 받을 수 있다.

자기앞수표가 훼손된 경우 발행 은행에 분실신고를 하고, 3개월 공시 기간이 지나면 금액 전부를 되돌려받을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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