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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수능에 수시로 승부보자” 수험생들 ‘긴장’>

<”물 수능에 수시로 승부보자” 수험생들 ‘긴장’>

입력 2014-11-15 00:00
업데이트 2014-11-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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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고장으로 수험생들 발동동…KTX·택시·순찰차로 긴급수송

2015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이후 첫 주말인 15일 수시 전형 논술고사장에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수능이 너무 쉽고 변별력이 떨어져 ‘물수능’이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되도록 정시까지 가지 말고 수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경쟁이 치열한 의대와 치대 등 일부 과의 경우 실수로 문제를 틀려 최저등급에 미치지 못해 시험을 포기한 수험생이 속출했다.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새마을호를 타고 오던 일부 수험생들은 대전 부근에서 열차가 고장 나 택시와 KTX를 갈아타며 서울에 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 “올 수능 의미없다”…수시에 올인 =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성균관대와 서강대, 경희대, 숙명여대, 숭실대 등에서 수시 논술 전형이 진행됐다.

고사장에 나온 학생들은 수능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어졌다고 보고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승부를 보려는 분위기였다.

서강대 전자공학 계열에 지원한 재수생 안모(19)군은 “이번 수능이 수학은 워낙 쉬웠고 생물Ⅱ가 너무 어려워 등급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주변 재수생들도 ‘물 수능 때문에 망했다’며 수시에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컴퓨터 공학계열에 응시한 이모(18)양은 “사실 논술에 자신이 없어서 정시를 더 열심히 준비했는데 수능 가채점을 하고 나서 수시로 마음을 굳혔다”며 “정확한 등급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친구들은 대체로 수시 준비에 일단 전념해야겠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경희대 의대와 치대의 경우 고사장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치대에 지원한 김송환(18)군은 “연대와 고대 시험을 볼 때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최저등급에 못 미친 사람이 많아서인지 빈자리가 절반이나 됐다”며 “국영수가 변별력이 없어 탐구영역이 당락을 가를 것 같은데 내 점수가 어느 정도인 줄 몰라서 정시를 지원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치과대학 고사장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지금 사람들이 안 온 걸 보라. 수능 전에 연대, 고대에서 시험 볼 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물수능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다 실수로 최저등급에서 미끄러져서 아예 시험 보러 오지도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학부모도 애가 타요” = 속이 타기는 학부모들이 더 했다.

성균관대 수험장 앞에서는 자녀의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추위도 모른 채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대전에서 왔다는 학부모 김모(48.여)씨는 “아이가 평소 실력보다 수능을 잘 못 봤는데 수능이 쉬웠다는 얘기가 나와서 걱정이다. 수시에서 꼭 돼야 한다”며 애를 태웠다.

일부 학부모는 성경이나 묵주를 들고 기도했고 일부는 태블릿 PC를 꺼내 입시 정보를 검색하기도 했다.

서강대 고사장 대기실 바깥에서 서성거리던 학부모 이진한(50)씨는 딸이 시험을 보고 있다는 고사장 건물을 가리키며 “수능 끝나자마자 우리 애는 바로 논술 준비를 하느라 푹 쉬지도 못해 안쓰럽다”며 “2년 전에 큰 애가 수시를 볼 때도 데려다 주러 왔었는데 엊그제 수능이 물 수능이라는 소리가 많아서인지 그때보다 확실히 올해는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긴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앞에서 만난 여명석(48)씨는 “딸이 작년에는 최저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수했는데 올해는 등급 안에 들었다”라며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다 떨린다.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에 고사장 근처 트럭 매대 등에는 따뜻한 음료와 어묵 등을 사려는 학부모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수능 때와 마찬가지로 고사장 주변 차량이 막혀 교통체증을 빚었고, 입실 시간 직전에는 지각해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와서는 급하게 뛰어가거나 고사장을 찾지 못해 헤매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 “어떡해!” 멈춰선 열차에서 속 터진 수험생들 = 이날 오전 11시 25분께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ITX 새마을호 열차가 신탄진역과 매포역 사이에서 기관 고장으로 멈춰 서울과 경기 지역 대학에서 수시 논술시험을 보러 올라오던 지방 수험생들이 발이 묶이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레일은 택시를 이용해 고장 난 열차에 있던 10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대전까지 이동시키고는 오후 1시 57분 KTX를 타도록 했다.

열차 고장으로 운행이 지연되는 바람에 다른 열차를 타고 서울에 오던 수험생들도 발이 묶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서울에서는 성균관대와 경희대에서 오후까지 논술 시험이 치러졌다.

성균관대는 원래 오후 시험이 4시 40분에 시작해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경희대는 오후 3시에 시험이 예정돼 있었기에 학교 측은 열차를 타고 온 지방 학생들을 위해 별도 고사장을 마련해 이들이 오후 4시 30분에 별도로 시험을 보도록 조치했다.

남대문·용산경찰서는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늦게 도착한 수백명의 수험생과 학부모를 순찰차와 경찰버스에 실어 고사장으로 이동시켰다.

이날 오후 3시 20분부터 경희대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황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동대구역에서 KTX를 탄 대구 대건고 3학년 이인용(18)군은 “대전부터 열차가 밀려 원래 서울에 오후 1시 38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2시 40분에 도착했다”며 “ 열차 안에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3년간 노력한 게 허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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