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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이룬 친일 청산…”반민특위 정신 잊지 말아야”

못 이룬 친일 청산…”반민특위 정신 잊지 말아야”

입력 2015-03-01 10:43
업데이트 2015-03-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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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 아들 김정륙 씨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은행 건물 주차장 입구 왼편 구석. 한 대리석 표석이 주변 풍경과는 이질감을 풍긴 채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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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민특위터 표석
반민특위터 표석 서울 중구의 한 은행 건물 주차장 입구에는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본부가 있던 자리임을 기념해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1999년 세운 표석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겨진 글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여기가 광복 후 친일파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본부가 있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민특위는 제헌헌법과 반민족행위처벌법에 따라 ‘친일파 척결’을 내걸고 1948년 10월 설치된 특별 기구로,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 재판권까지 가졌다.

초기에는 이광수, 최남선 등 유명인을 포함한 1천명에 가까운 인사들을 조사하며 큰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당시 정권의 비협조로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1년 만에 해체됐다.

광복 70주년인데다가 96번째 3·1절을 맞은 뜻깊은 날이지만, 수년 전 원래 위치에서 약 2m가량 옮겨진 이 표석과 반민특위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무척이나 적었다.

지나가던 회사원 이모(29)씨는 “반민특위라는 조직 자체도 생소하고 그 본부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며 “이 건물터에 역사적 의미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무심하게 말했다.

반민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독립운동가 김상덕 선생의 아들인 김정륙(80)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은 이런 무관심한 세태를 답답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김 부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친일 청산은 이뤄지지 못했는데 반민특위가 점점 잊혀 가고 있다”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쁜 마음보다는 오히려 분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개탄했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학무부장을 지낸 김상덕 선생은 중국 상하이, 난징, 충칭 등지를 오가며 항일운동을 펼쳤다. 그는 광복 이후에는 제헌국회 헌법 기초의원과 반민특위 위원장 등을 지냈지만 한국전쟁 도중 납북됐다.

1935년 난징에서 태어난 김 부회장은 아버지와 함께 중국 여기저기를 오가며 성장했다.

그는 “3층 양옥에 아버지가 활동하던 민족혁명당 본부가 들어서 있었는데, 우리 가족과 독립운동가 김규식 박사 가족이 함께 살았다”며 “연필 한 자루도 귀하던 그 시절 김 박사가 타자기로 ‘타닥타닥’ 문서를 작성하는 모습이 신기해 문틈 사이로 엿보면 그의 아내가 혼내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 부회장의 생생한 기억은 1948∼1949년 반민특위 활동 시기에도 이어진다.

그는 “1949년 5월 말 이승만 대통령이 반민특위 관사로 온다고 해 아버지가 식구들을 모아서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말고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다”며 “아버지와 이 대통령은 단둘이 응접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배웅 후 아버지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달 경찰이 반민특위 사무실로 들이닥쳐 특위 소속 특별경찰을 무장해제시킨 일이 벌어졌고, 특위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김 부회장은 “비록 처벌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반민특위 덕분에 친일파 1천여명에 대한 수사, 기소, 재판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주요 친일파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반민특위는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나버렸지만, 해방 정국 당시 민족정기를 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젊은 세대도 이 정신을 잊지 말고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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