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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은인’ 진도 주민과 다시 만난 단원고 학생들

‘생명의 은인’ 진도 주민과 다시 만난 단원고 학생들

입력 2015-03-20 15:10
업데이트 2015-03-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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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따뜻함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진도 주민들 “모두 다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바다에 빠진 단원고 학생들을 손수 구조하고 살뜰히 보살펴 준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과 생존 학생들이 1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20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운동장으로 조도면 주민 80여명을 태운 45인승 버스 3대가 나란히 도착했다.

운동장에는 세월호 사고에서 생존한 학생을 포함한 3학년 88명이 한손에 노란 카네이션을 들고 버스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버스 문이 열리고 조도면에서 온 주민이 하나 둘 내리자 학생들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며 인사를 하고 감사의 뜻을 담은 꽃을 한송이씩 건넸다.

어르신들은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환한 미소로 화답했고, 제 자식인 것처럼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아이들의 두 손을 꼭 붙잡았다.

학생들의 안내로 학교건물 3층으로 올라간 주민들은 사고 이후 쭉 보존된 2학년 교실을 둘러봤다. 학생들의 사진과 꽃, 친구와 가족들이 남기고 간 편지가 올려진 책상을 천천히 살펴본 이들은 “한번에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눈물을 훔쳤다.

구조된 학생을 보살폈다는 서거차도 주민 김혜영(68·여)씨는 “젖은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배에 두고온 친구를 생각하며 울고 있던 여학생이 지금까지 눈에 아른거린다”며 “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주민들을 위해 감사의 편지도 낭독했다.

사고 당시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는 김모 군은 “우리가 추위에 발발 떨고 있을 때 각종 이불을 꺼내와 마치 제 자식처럼 아낌없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많은 힘이 되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모 양도 “먼저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이제라도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사회에 발을 내딛기 두렵지만 주민분들의 따뜻함이 용기를 주었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진심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모두 다 구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되레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어선으로 20여명의 학생을 구조한 조도면 대마도 김준석(42) 선장은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해 아이들 얼굴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다”며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한편으로는 희생된 아이들이 떠올라 슬픔도 많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김 선장은 “학생들이 앞으로 밝은 모습으로 생활했으면 좋겠다”며 “큰 일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한시간 가량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주민들은 버스에 올라타 교문을 떠났고 학생들은 아쉬움에 “감사하다”며 소리치며 이들을 배웅했다.

앞서 지난 18일 안산시의 초청으로 2박3일간 안산을 방문 중인 이들은 단원고 방문일정을 끝으로 진도로 돌아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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