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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 침몰 오룡호 사고...6개월째 수사 제자리 걸음

베링해 침몰 오룡호 사고...6개월째 수사 제자리 걸음

입력 2015-04-29 07:23
업데이트 2015-04-2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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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인양·실종자 수습 사실상 포기”자격미달 해기사 태우고 출항하는 등 원양어선 법규위반 여전

한국인 선원 11명을 포함한 선원 60명 가운데 27명이 숨지고 26명이 실종된 ‘501오룡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다음 달 1일로 6개월째를 맞는다.

그러나 사고 책임을 져야할 관련자에 대한 처벌이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고, 선박과 실종자 인양·수습 계획은 물론 애초 거론됐던 위령탑 건립도 유야무야되는 등 잊혀져 가는 사고가 되고 있다.

◇ 책임자 처벌 단 한명도 없어…선사 책임 소재 입증이 관건

지난해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501오룡호 사고를 수사하는 부산해양안전서는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5개월이 넘게 수사를 하고도 지금까지 단 한명도 입건하지 못했다.

해경은 그동안 생존자를 비롯해 20여 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침몰한 오룡호와 비슷한 선박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해경은 사고 원인에 관해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선체로 들이닥치면서 제때 배수되지 않아 배가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또 이 과정에서 선장 등 선원들이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파손된 선체를 제 때 수리하지 않고 방치해 대형 참사로 번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등 사고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실종되거나 숨져 처벌 대상이 모호해져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해경은 선장과 항해사 외에 침몰 사고의 책임 계통에 있는 사조산업 트롤사업부 이사와 과장 등 서울 본사 직원 2명, 부산지사 직원 3명 등 모두 5명을 조사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수사에 진전이 없는 것은 사고 현장에서 선박을 통제하고 선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지는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등을 대신해 이들 선사 직원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오룡호 김계환 선장 등은 사고 선박과 함께 바닷에 빠져 현재 실종 상태이거나 숨졌다.

해경은 학계와 법률 전문가, 관계기관에 선장을 대신해 사조산업 직원을 처벌할 수 있는지 자문해 놓았다. 답변이 오면 다음 달 중순에 검찰의 지휘를 받아 사조산업 직원 5명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죄 외에 자격미달 선원을 태운 혐의(선박직원법)에 대해서는 이 5명에게 책임을 묻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해경은 밝혔다.

선박직원법 상 엔진출력 1천500KW 이상 3천KW 미만 원양어선의 기관부 최저 승무기준은 기관장, 1등 기관사(1기사), 2등 기관사(2기사) 등 3명이다. 하지만 2천200마력(1천641KW)의 오룡호 선원 명단에는 기관장과 1기사만 있을 뿐 2기사 없이 출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오룡호 선원 60명 가운데 7명이 구조되고 27명이 사망했으며 26명은 실종됐다.

사망자 가운데 수습된 외국인 선원 시신 21구는 지난해 12월 26일 먼저 부산으로 들어와 검시를 끝낸 뒤 자국으로 옮겨졌고 한국인 시신 6구는 올해 초 국내로 들어와 장례가 치러졌다.

◇ “선박 인양·실종자 수색 사실상 포기”

오룡호 선원 26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지만 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선박 인양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우선 러시아 측에서 추가 사고 등을 우려해 그동안 오룡호 침몰 해역 접근을 금지한데다 다음 달 말부터 해빙기에 들어가지만 선사인 사조산업 측의 인양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사조산업 관계자는 29일 “유가족을 생각하면 선박 인양과 시신 수습에 나서야 하지만 사실상 여력이 없다”며 “앞으로도 인양이나 실종자 수습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고 털어놨다.

사고 직후 한때 거론된 실종자 위령탑 건립 문제도 유야무야되고 있다.

유가족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고장운 씨는 28일 “희생자 가족측과 사조산업 측의 보상합의가 마무리 되면서 위령탑 건립문제는 사실상 없는 일이 돼 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희생자 가족들의 가정 형편이 어렵고, 우선 각자 제 살기가 급하다 보니 위령탑 건립 문제 등은 요구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구천을 떠도는 실종자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는 사측에서 스스로 위령탑 건립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은 지난 3월 초에 모두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선원에 대한 보상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마무리했고, 한국인 희생자 11명(사망 6명, 실종 5명)에 대해서도 사실상 보상 협상을 끝냈다.

11명 중 8명에 대해서는 법정보상금 외에 위로금과 장례비가 모두 지급됐고, 나머지 2명은 보상금을 받는 주체가 정해지지 않아 사조산업 측에서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해 둔 상태다.

◇ 원양어선 안전법규 위반 ‘여전’

오룡호 침몰 사고 이후 원양어선들의 안전운항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결론은 아닌 것으로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원양어선 선사를 대상으로 안전운항 법규 준수여부를 조사해 봤더니 상당수 업체가 자격미달 해기사를 태우는 등 불법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501오룡호 침몰사고를 낸 사조산업은 이번 조사에서 원양어선 31척에 자격 미달 해기사를 태웠고 선장이 타지 않은 어선도 3척이나 적발돼 정책자금 414억원을 회수당했다.

해수부는 이번 조사에서 사조산업을 비롯해 47개사 원양어선 181척에 대해 자격을 갖춘 해기사를 태우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1차 위반 때 경고를 주고, 2차 위반 시 정책자금을 전액 회수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안전운항 법규 준수 외에 원양어선 230여척을 대상으로 최근 선박 특별점검을 벌였다.

한국선급, 한국원양산업협회 등이 공조해 부산항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을 모두 점검하는 한편 해외수역에서 조업 중인 원양어선에 대해서는 자체 점검과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최명범 부산해양수산청 운영지원과장은 “앞으로 안전법규를 위반한 선박 회사에는 조업쿼터를 몰수하고 정책자금을 회수하는 등 강력 대처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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