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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신고날 투신한 아들 시신, 경찰 실수로 한달넘게 방치

실종신고날 투신한 아들 시신, 경찰 실수로 한달넘게 방치

입력 2015-05-15 16:12
업데이트 2015-05-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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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사태’에도 경찰 변사체 확인절차 ‘엉망’

실종 신고가 접수된 당일 투신한 10대 소년의 시신이 경찰의 어이없는 실수로 한달 넘게 병원 냉동고에 방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사건을 계기로 변사자 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던 셈이다.

15일 경찰과 김모(17)군의 가족 등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달 10일 “바람 쐬고 오겠다”며 집에서 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

다음날 가족들은 관악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조울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약물 치료를 받았기에 가족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그러나, 경찰은 “신체 건장한 남자 아이니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실종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족들의 주장이다.

경찰은 김군이 실종 당일 서울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탄 사실을 확인하고 교통카드를 토대로 김군의 행방을 쫓았다. 그런데, 경찰이 추적한 것은 정작 다른 사람의 교통카드였다.

결국 경찰은 이달 4일이 되서야 김군이 사용한 카드로 내린 지하철역이 강남역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강남역 인근 김군 아버지가 다녔던 회사로 찾아간 경찰이 빌딩 관리인에게 김군의 사진을 보여주자 관리인은 뜻밖의 말을 했다. 김군의 실종 당일인 지난달 10일 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숨진 청년이 사진 속 인물과 똑같이 생겼다는 얘기였다.

14일 한남동의 한 병원 냉동고에서 한달 넘게 무연고 시신으로 보관된 아들을 확인한 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아들이 사용한 카드를 제대로만 확인했어도 아들의 시신을 바로 찾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경찰은 신고한 다음날 밤에야 처음 와서 인근 야산을 뒤지기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의 변사자 확인 시스템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군처럼 경찰에 등록된 지문이 없으면, 경찰은 김군과 같은 변사자 시신을 가출 의심자나 실종자 명단과 대조해 신원을 파악해야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군의 주민등록증이 아직 나오지 않아 일반적으로 변사자 신원을 파악할 때 활용하는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 경찰의 해명이다.

김씨는 “아들이 청소년 보호센터 등에 있을 경우를 생각해 제 유전자를 등록하겠다고 경찰에 요청했으나, 경찰은 ‘실종자 본인이 아닌 가족 유전자를 등록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김군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병원 소견서를 제출한 뒤에야 본인의 유전자를 등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록한 당일인 14일 아들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김씨는 “미성년자가 실종됐는데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이토록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아들의 장례가 끝나면 소송을 제기하고 관련자 처벌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유병언 사건 이후 경찰이 변사자 확인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 그 시스템은 너무나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타살 의심, 신원 미확인, 사회적 이목 집중사건 등을 ‘중점관리 변사사건’으로 지정, 검시 전문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내용 등의 변사사건 종합 개선대책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체가 늦게 발견된 것은 수사 과정에 일부 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가족이 본명, 가족사 등을 뒤늦게 알려줬고, 정신질환이 있지만 지능이 떨어지지 않고 자살기도 전력도 없어 김군이 어딘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등록과 관련된 부분은 본청에 질의한 후 규정에 따른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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