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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 1100여개校 ‘휴업 도미노’… “항의가 기준” 푸념

[메르스 공포] 1100여개校 ‘휴업 도미노’… “항의가 기준” 푸념

입력 2015-06-05 00:06
업데이트 2015-06-0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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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없는 당국… 전국 학교 혼란

메르스 공포로 휴업에 들어간 학교가 4일 전국적으로 1100여곳을 넘어선 가운데 학교 현장의 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학부모들의 항의에 등 떠밀려 휴업을 결정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휴업의 기준에 대해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고 학교에 결정을 떠넘긴 것이 ‘휴업 도미노’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경기 764곳을 비롯해 전국 유치원, 초·중·고교와 대학 등 1162곳이 휴업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오전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 당시 210곳이었던 것이 하루 만에 5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모두 61곳이 휴업한 서울은 강남구에 이어 다른 자치구로도 휴업이 확산될 전망이다.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부장교사는 “왜 휴업을 안 하느냐, 학생이 메르스에 걸리면 학교가 책임질 거냐는 학부모들의 전화를 온종일 받았다”면서 “조만간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휴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들의 집단 휴업 사태와 이에 따른 혼란은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부총리는 지난 3일 공식 위기경보 단계가 ‘주의’ 수준임에도 학교에 대해서는 한 단계 높은 ‘경계’로 정하고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적극 검토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휴업을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학교에 일임한 것이지만 ‘책임 방기’라는 지적을 듣는 이유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홈페이지 등에 ‘의심 환자가 1명이면 해당 학급이 쉬고, 2명이면 해당 학년이 쉬고, 3명이면 휴업하라’는 공지를 띄웠다가 비난이 잇따르자 이날 새로운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새 지침도 ‘학교에 확진 학생이나 교직원이 있거나 주변인 중 격리 대상이 있는 경우, 대다수 학부모의 강력한 요구가 있을 때’ 등 기준이 불분명하다. 특히 학교가 일일이 조사하기 어려운 내용들이어서 휴업 결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학부모의 휴업 요구 전화가 얼마나 걸려 오느냐가 판단 기준이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학부모들의 등쌀에 밀려 내부에서는 ‘항의 전화가 100통을 넘기면 휴업하자’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는 지경”이라며 “교육부가 학교의 안전을 정말로 생각한다면 휴업을 하도록 권할 게 아니라 학교 현장을 조사해 해당 지역에 휴업이나 휴교령을 직권으로 내리는 게 맞다”고 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휴업을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의학적 정보와 자료 등을 일선 학교에 제공하지도 않은 채 교장에게 휴업을 강권하는 것은 그 책임을 학교장에게 전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6-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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