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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대형병원 가라”…겁먹은 동네병원들 발열환자 ‘기피’

툭하면 “대형병원 가라”…겁먹은 동네병원들 발열환자 ‘기피’

입력 2015-06-11 14:44
업데이트 2015-06-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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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온 37.8도 이상이면 메르스 거점병원 가라” 안내문 내걸기도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하면 병원 운영 타격 우려…”의사 도리 지켜야”

청주에 사는 A(46·여)씨는 지난 10일 오후 목감기 증상을 보인 고교생 아들(18)과 함께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아들의 체온을 측정하던 직원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더니 대뜸 인근 대학병원으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아들의 체온이 37.9도까지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증세 중 하나인 고열이 발생한 만큼 메르스 거점 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A씨의 아들은 올해 들어 단 한 번도 청주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고,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을 다녀온 적도 없었다.

게다가 평일에는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메르스 의심 환자나 확진 환자와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병원은 A씨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었음에도 환자의 상태 등을 살피지 않고 충북대병원으로 가라며 사실상 진료를 거부한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아들을 데리고 충북대병원을 찾은 A씨는 ‘단순 감기 증세’라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A씨는 “지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자 아들의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오늘 학교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체온이 높다는 이유로 아들이 메르스 의심 환자로 취급해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규모가 작은 동네병원들의 ‘발열 환자’ 기피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일부 병원은 아예 출입문에 ‘체온이 37.8도 이상인 환자는 메르스 거점 의료기관으로 가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까지 내걸었다.

동네 병원이 열이 나는 환자 진료를 꺼리는 것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고는 하지만, 내원 환자가 메르스 의심 환자나 확진 환자로 판정나고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병원 운영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네 병원에서 내몰려 충북대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간 낭비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단 충북대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게 되면 응급 관리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럴 때 검사 항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동네병원보다 10배 이상 많은 5만∼10만원가량의 진료비를 내야 한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에 일반 환자는 줄어든 반면 1·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오는 단순 발열 증상 환자가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병원 치료를 포기하고 고통을 참겠다는 환자들도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회사원 김모(34)씨는 “감기 몸살로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이내 충북대병원에 가라고 권했다”며 “몸은 아파도 거점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워 병원 치료 대신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참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5살짜리 자녀를 둔 주부 이모(33)씨는 “병원도 환자 받기를 꺼린다지만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감염 걱정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며 “환자가 적은 작은 동네 병원을 수소문해 치료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무조건 큰 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살펴본 뒤 적절히 조처하는 게 의사로서의 도리”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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