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년’ 고리 원전 해체 어떻게
지난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영구 가동 정지’ 권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국내 첫 원전 폐로(廢爐)인 만큼 앞으로의 과정과 해체 기술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염해체연구본부 문제권 부장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각국의 추세를 감안할 때 고리 1호기의 해체는 즉시 해체와 지연 해체의 2가지 방식이 절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체 기획→원전 특성 분석 및 운전 정지→해체 설계→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 처리→부지 복원→부지 규제 해제 순서로 진행된다. 운전 정지부터 해체 준비 과정에 5년, 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 처리에 10년, 환경 복원에 5년 등 통상 20년 정도가 걸린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염(除染) 과정이다. 제염은 김치를 담글 때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여 부피를 줄이고 다루기 쉽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계적·화학적·전기화학적·열적 방법으로 원전에 남아 있는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켜 절단 및 철거 작업을 쉽게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체 기술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해체 준비 기술과 폐기물 처리 기술은 80% 가까이 확보돼 있지만, 핵심인 제염 기술은 70%, 절단 해체 기술은 60%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관련 인력도 프랑스 원자력청에는 1000명 이상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연구원의 19명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해체는 화학공학, 로봇공학, 환경공학, 토목,건축, 전자,기계공학 등 전 분야의 과학기술이 집약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이라며 “우리나라는 해체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06-1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