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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인데 보름만에 봤어요”…격리해제 ‘순창마을’ 일상 복귀

“이웃인데 보름만에 봤어요”…격리해제 ‘순창마을’ 일상 복귀

입력 2015-06-19 11:20
업데이트 2015-06-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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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생활’ 풀려나며 아침부터 활기, 메르스 상흔은 남아 긴장감

“위 아랫집에 살면서 서로 자매처럼 지냈는데 메르스 때문에 보름 만에야 얼굴을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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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방이네요” 격리 해제 순창 장덕마을
”이제 해방이네요” 격리 해제 순창 장덕마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14일동안 마을이 통째로 격리됐다가 19일 풀려난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 주민들이 아침 일찍 밭에 나와 일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감옥에서 풀려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북 순창군 장덕마을의 최복희(68·여)씨와 이성자(57·여)씨는 19일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며 서로를 끌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알고 지낼 정도로 가까웠던 이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마을이 통째로 격리되면서 졸지에 왕래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씨의 집에는 어린 손자까지 있어 발길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었다.

이들은 “동네에 더 이상의 환자가 생기지 않고 무사히 끝나 정말 다행이다. 주민 모두가 너무 고생이 많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장덕마을은 평택성모병원을 다녀왔던 마을의 72세 노인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4일 자정께부터 갑작스럽게 격리됐다.

메르스 사태가 난 이후 마을이 통째로 격리된 것은 장덕마을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기 위한 전북도와 순창군의 선제적인 격리 조치와 주민들의 헌신적인 협조로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의심환자도 나오지 않았고 19일 0시를 기해 격리에서 해제됐다. 102명의 격리 대상자 가운데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격리 해제와 동시에 마을로 통하는 3곳의 길목을 막아섰던 경찰관과 공무원들도 이날 0시를 기해 모두 철수했다.

오랜 ‘감옥생활’에서 풀려나면서 마을은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주민들은 눈을 뜨자마자 그동안 나가보지 못했던 논밭으로 달려가 농작물을 둘러봤으며 시내에 들러 약도 타고 생필품도 샀다.

양파를 캐던 박유현(72)씨는 “몇 년은 된 것 같다. 감옥생활이 따로 없었다”며 “이제 숨 좀 쉬며 살 수 있겠다”고 웃음지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한 농민은 “격리가 풀려 이웃 주민들과 함께 감자를 캐러 나왔다”며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며 함께 일을 하니 힘든 줄 모르겠다”고 즐거워했다.

황복님(72·여)씨는 “허리와 무릎이 아파 그동안 매일같이 병원에 가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보름남짓 꼼짝을 못하고 생고생을 했다. 이제 한시름 놓게 됐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마을 곳곳에 메르스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있다.

피해 의식이 컸던 탓인지 상당수 주민은 취재진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고, 초등학교 자녀를 둔 주민들은 아이들이 언론에 노출될 것을 꺼려 통학버스 대신 자가용으로 등교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대부분 감염을 우려해 마스크도 벗지 않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골목골목을 돌며 소독에 나선 방역차량과 주민들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체크하는 의료진의 모습도 팽팽한 긴장감을 심어줬다.

순창군도 격리는 해제됐지만 바이러스 잠복 기간이 14일을 넘기는 사례가 종종 나오는 점을 고려해 불필요한 접촉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주민들의 고생이 너무 컸는데 헌신적인 협조로 무사히 이겨냈다”며 고마움을 표시한 뒤 “농작물 수확과 판매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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