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질서 확립’ 외치는 경찰, 교통사고 더 많이 냈다

‘법질서 확립’ 외치는 경찰, 교통사고 더 많이 냈다

최선을 기자
입력 2015-06-24 00:22
업데이트 2015-06-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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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평균 교통사고 240건 일으켜… 1만대당 사고 수 일반차의 1.6배

경찰 차량이 가해자가 되는 교통사고 비율(1만대당 가해 사고 건수)이 일반 차량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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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보복 운전을 집중 단속하며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경찰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 ‘도로 위의 (숨은) 무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경찰청과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찰 차량의 교통사고 가해 건수는 모두 1105건에 달했다. 매년 평균 240건 정도다. 특히 가해 교통사고의 50% 이상이 ‘안전운전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경찰 스스로 부주의 운행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 차량의 1만대당 가해 사고 건수는 평균 148건으로, 2013년 기준 전국 자동차 1만대당 가해 사고인 93건의 1.6배에 달한다. 이는 경찰이 일반 차량보다 더 많은 사고를 유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 역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0~2014년 6월까지 무인단속기에 적발된 경찰 차량의 교통 위반은 1만 1579건이다. 유형별로는 속도 위반이 9774건으로 전체의 84.4%를 차지했고 신호 위반 1576건(13.6%), 전용차로 위반이 229건(2%)의 순이었다.

이 같은 법규 위반은 2010년 1984건에서 2011년 2453건, 2012년 2619건, 2013년 2751건으로 3년 새 39%나 증가했다. 이 수치 모두 용의자 추격 등 업무상 발생한 법규 위반은 제외된 것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경찰차에 대한 별도의 교통법규 단속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일선 경찰들은 사건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통사고와 법규 위반은 공무 중 행위로 면책을 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경찰차는 긴급차량으로 분류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차량과 똑같이 처벌받기 때문에 불만이 많다”면서 “명확한 면책 규정 등 처벌을 경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분일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 외에 통상적 업무 수행 중이라면 경찰도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경찰차가 유발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상 면책 규정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 차량보다 경찰 차량이 더 많이 주행하기 때문에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2013년 기준으로 112 순찰 차량은 일반 차량보다 2배 정도 더 주행했다”고 해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5-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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