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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녀·삼일한’에 맞서는 ‘씹치남·숨쉴한’

‘김치녀·삼일한’에 맞서는 ‘씹치남·숨쉴한’

입력 2015-07-16 19:00
업데이트 2015-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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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쉴한’ 등 남성 비하 속어 확산…그녀들 뿔났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속어인 ‘씹치남’, 남성은 숨 쉴 때마다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의미인 ‘숨쉴한’ 등 남성 비하와 혐오성 표현도 여성 회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 초부터 들썩이던 ‘남성 혐오’ 현상에 불을 지핀 것은 공교롭게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확산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에는 지난 5월 30일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자는 목적으로 ‘메르스갤러리’(메갤)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애초 개설 목적과 달리 이 게시판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취지가 확대된 남성 혐오의 진원지가 됐다. 발단은 ‘메르스를 유포시킨 것도 다 김치녀(허영심 많은 한국인 여성을 일컫는 말) 탓’이라는 식의 낭설이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남성 이용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부터다. 일부 남성들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비상사태조차 여성을 향한 공격의 수단으로 삼자 ‘쌍화차코코아’ ‘여성시대’ ‘소울드레서’ 등 대표적인 여성 중심 커뮤니티의 회원들이 맞대응을 시작했다.

메갤 게시판에서는 지금껏 회자돼 온 여성 비하, 여성 혐오성 표현이 주체만 남성으로 바뀐 채 변형되는 이른바 ‘미러링’(거울에 비추듯 닮은 방식으로 행한다는 뜻)이 이뤄졌다.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남성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남성의 작은 성기를 비하하는 표현인 ‘실잦’ 등이 사례다. ‘씹치 헤이터’(남성을 싫어한다)라는 제목의 랩 음악이 제작되는가 하면 ‘메갈리안’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만들어졌다. 메갈리안은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을 다룬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1996·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저)을 본뜬 것으로, ‘여성 혐오를 혐오하는 메갤 이용자’를 지칭하는 단어가 됐다. 김갑론 대중문화평론가는 “약자를 향한 혐오, 경멸을 표출하는 일베 회원들에게 맞대응하는 이 현상은 큰 틀에서 볼 때 이성이나 합리주의가 사라진 기존 일베 현상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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