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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다른 인출책 강도짓하다 붙잡힌 사연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다른 인출책 강도짓하다 붙잡힌 사연

입력 2015-09-09 11:10
업데이트 2015-09-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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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수사팀에서 양쪽 모두 수사했다가 강도범행까지 밝혀내

전화금융 사기(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들이 양쪽 인출책들을 모두 수사했던 경찰관에게 잡히는 바람에 강도범행까지 덜미를 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암약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 인출책 오모(23)씨 신원을 특정해 추적해왔다.

지난달 24일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결과, 광주광역시에 머물던 오씨가 갑자기 인천쪽으로 이동하는 사실이 수사진에 포착됐다.

경찰은 바로 인천공항으로 출동, 잠복하고 있던 중 중국으로 도피하려던 오씨를 검거했다.

오씨는 올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15억원을 인출해 중국에 있는 사기조직에 송금한 뒤 700만원을 대가로 받은 혐의를 받아왔다.

오씨를 상대로 여죄수사에 들어간 수사팀은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던 중 석연치 않은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얼마 전 검거한 인출책 황모(23·대만 국적)씨가 겁먹은 모습으로 앉아 얼굴을 든 채 사진이 찍혀있던 것.

황씨는 앞서 6월 14일부터 한달여간 2억5천만원을 인출해 대만의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로 지난달 14일 같은 수사팀에 검거된 인물이었다.

황씨는 6월 대만으로 출국했지만 조직에서 “빼앗긴 인출금을 일해서 갚아라”고 협박하는 바람에 재입국해 또다시 인출책 역할을 해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사진 속 황씨의 표정이나 자세 등으로 미뤄볼 때 그가 오씨의 인출책 공범이라기보단 협박받은 피해자일 수 있다고 봤다.

더욱이 대만 조직에 속한 황씨의 사진이 중국 조직에 속한 오씨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수사진은 ‘퍼즐’을 풀기 위해 황씨가 수감된 교도소를 찾아갔고 황씨와의 면담 끝에 지난 6월 오씨 일당에게 강도범행을 당한 사실을 알아냈다.

오씨는 6월 22일 오후 2시께 고향친구 2명과 함께 서울 노원구의 한 은행 앞에서 황씨를 발견, 경찰관을 사칭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간 뒤 전자충격기 등으로 위협, 인출금 1천500만원과 휴대전화, 여권 등을 빼앗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출책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은행 근처에서 출금을 반복하는 인출책들을 상대로 돈을 빼앗으면 신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오씨는 황씨 사진을 찍은 이유에 대해 “인출책으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가 추후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보복할 수 있다고 위협하는 차원에서 오씨의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진을 찍은 경위가 어찌됐든 공교롭게도 오씨와 황씨가 모두 같은 수사팀에 검거되면서, 완전범죄로 묻힐 뻔한 오씨의 강도범행까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만 국적의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혐의(특수강도 등)로 오모(2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사기 등 혐의로 황모(23·대만 국적)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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