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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무대로 황당 사기극…리플리증후군 女도 가담

강남 무대로 황당 사기극…리플리증후군 女도 가담

입력 2015-10-29 07:45
업데이트 2015-10-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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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자금 기관 사칭 37억 뜯어내…대기업 임원·회계사·교수도 피해

“이건 비밀인데요, 사실 전 비밀 국가기관 직원이에요. 금괴에 투자하시면 거액을 벌 수 있는데… 해보실래요?”

청와대 직속 국가 비밀자금 관리 기관 직원으로 속이며 수십억원대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범행에는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일종의 인격장애인 ‘리플리증후군’(Ripley Syndrome) 증세가 있는 여성이 가담해 미모의 재무전문가 행세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서울 강남 일대를 무대로 펼쳐진 황당한 사기극에 대기업 임원과 회계사, 세무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속았고 심지어 외국인도 당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런 수법으로 37억원대의 사기를 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모(59)씨와 또 다른 김모(65)씨, 안모(43·여)씨를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주범 김씨는 2012년 4월 사업가 A(56)씨에게 자신을 청와대 직속 비자금 관리 기관인 ‘창’ 관리인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해 “금괴 60개를 대신 매입해주겠다”고 속여 32억6천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창’은 창고의 약자로, 일제 때 일본인들이 국내에 두고 간 자금과 역대 정권의 해외 비자금 등을 비밀리에 관리한다. 엄청난 보물과 현금, 금괴가 있다”고 속였다.

또 다른 김씨는 ‘창’의 사장 행세를 하면서 일본인 B(37)씨에게 ‘투자금을 네 배로 불려주겠다’고 속여 1천700만엔(한화 약 1억6천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기 등 전과 37범인 김씨는 자신을 전직 대통령의 숨겨진 아들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풍채가 좋고 중후한 외모를 지닌 김씨의 말을 믿고 일본에서 직접 돈을 들고 와 건넸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2013년 9월 세무사 C(59)씨에게 조선 황실과 한국불교재단의 자금,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창’ 소속 직원이라고 속여 약 2억9천만원을 뜯었다.

안씨는 이씨로부터 소개받은 피해자들에게 ‘창’의 일원인 척 행세하면서 작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회계사와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3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아냈다.

안씨는 모델, 일본 연예인 등 미모의 여성 사진을 프로필로 내걸고 인터넷 채팅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재무 전문가 행세를 하며 ‘러시아 석유 수입을 도와준다’거나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등의 말로 현혹했다.

피해자들은 안씨를 실제로 만난 적이 없는데도 깜빡 속아 돈을 건넸다. 안씨는 3년 전 같은 범행을 저질러 2년6개월간 수감됐다 출소 6개월 만에 범행에 나섰다.

그는 실상 지방의 대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외모의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프로파일러는 안씨에 대해 “불안과 열등감에 기초한 전형적인 리플리증후군 증세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기 행각을 저지르려고 미모의 재무 전문가 행세를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올해 3월 안씨에 이어 9∼10월 두 김씨를 구속하는 등 차례로 일당을 붙잡았다. 경찰은 이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달아난 일당의 뒤를 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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