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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던 11살 소녀 맨발 탈출로 이룬 ‘성탄절 기적’

학대받던 11살 소녀 맨발 탈출로 이룬 ‘성탄절 기적’

입력 2015-12-24 10:45
업데이트 2015-12-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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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통해 가스배관 타고 지옥같은 빌라 벗어나아버지 등 3명 24일 검찰 송치…친권 빼앗는 방안 검토

11살 딸을 2년여간 집에 감금한 채 때리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아버지가 24일 검찰에 송치됐다.

A양이 지옥과도 같은 집을 빠져나온 것은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

세탁실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자 아버지 B(32)씨는 “허락 없이 나왔다”며 빨간색 노끈으로 딸의 손발을 묶었다.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아 며칠째 거의 물만 먹고 지낸 A양은 너무 배고픈 나머지 탈출을 결심했다.

A양은 뒤로 묶인 손의 노끈을 풀고 2층 창문을 나와 가스 배관을 타고 집 밖으로 나왔다.

A양은 작년에도 탈출을 시도해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있지만 길을 가던 음식배달원이 A양의 남루한 행색을 보고는 집에 데려다 주는 바람에 다시 감금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몰래 집을 빠져나갔다가 돌아온 A양에게 다시 한번 호된 매질이 가해졌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A양은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에 맨발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약 150m 떨어진 슈퍼마켓에 들어갔다.

A양은 무엇에 홀린 듯 바구니에 과자·사탕 등을 마구 담다가 가게 한편에 주저앉아 과자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바구니 채로 슈퍼를 빠져나오려다가 주인에게 들키고 나서도 A양은 손에서 과자를 놓지 않을 정도로 허기를 달래는 것이 우선이었다.

추운 겨울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를 이상하게 여긴 슈퍼마켓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슈퍼마켓 주인은 “6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맨발로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A양은 야윈 상태였다.

곧바로 경찰이 와서 집이 어디냐고 묻자 A양은 고아원에서 나왔다고 둘러댔다.

끔찍하기만 한 집으로 또다시 보내질까 무서워서 한 거짓말이었다.

일단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A양은 가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다가 경찰이 “사실대로 말하면 집으로 안 보내겠다”고 말하자 그제야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A양이 털어놓은 아빠의 학대는 충격적이었다.

A양은 2013년 가을 인천 연수구 빌라로 이사온 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감금된 상태로 2년을 넘게 지냈다.

아버지 B씨는 직업도 없이 온종일 게임에만 몰두하다가 툭하면 손과 발로 A양을 때리고 심지어는 행거 쇠파이프도 휘둘렀다. 때리고 나서는 화장실 또는 세탁실에 가뒀다.

부천에서 2학년 1학기까지만 학교를 다니고는 그 이후로는 학교도 못 다녔다.

일주일 가까이 밥을 주지 않아 굶은 적도 있었다.

A양이 발견된 당시 키는 120cm, 몸무게는 16kg이었다. 11살 아이가 4살 평균 몸무게에 불과할 정도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였다.

경찰은 A양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이미 B씨와 동거녀 C(35), 함께 살던 친구 D(36·여)씨는 A양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달아난 뒤였다.

경찰은 14일 체포영장을 신청해 추적한 끝에 16일 오후 경기도 광명과 인천의 한 모텔에서 B씨 등 3명을 잇따라 체포했다.

동거녀 C씨는 경찰서에 와서는 아이 건강을 걱정하기보다는 “우리 강아지는 잘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뻔뻔함을 보였다.

동네 이웃들은 A양이 그 집에 사는 줄조차 몰랐지만 B씨와 C씨가 외출할 땐 늘 강아지를 아기처럼 가슴에 품고 끔찍이 아꼈다고 말했다.

이들 3명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상습 상해·감금·학대치상과 아동복지법상 교육적 방임 혐의로 18일 구속됐다.

악몽과도 같은 감금생활에서 간신히 벗어난 A양은 현재 병원에서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

A양은 밝고 말을 잘하며, 자기 의사 표현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생활에 잘 적응하고 평소 독서를 즐기며 또래와도 어울리려 한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다만 그동안 굶주림에 시달린 탓인지 밥을 허겁지겁 먹는 등 음식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수년간 학대를 당한 딸은 아빠를 용서하지 않았다.

아빠가 처벌을 받기 원하느냐는 물음에 A양은 정확하게 ‘네’라고 답했다.

B씨 등 3명은 결국 24일 검찰로 송치됐다.

A양을 앞으로 누가 돌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양이 세살 때 B씨와 이혼한 친모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쉼터나 시설보다는 가정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위탁가정에 장기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버지 친권 문제가 해결되면 최종적으로 거처를 정할 계획이다.

검찰은 A양에게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B씨의 친권 상실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상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검사는 친권자가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 법원에 친권행사의 제한이나 친권상실을 청구하는 소송을 낼 수 있다.

A양의 야윈 모습에 안타까워하던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A양을 돌보는 인천 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각종 선물이 속속 도착하고 후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소녀.

소녀에게 올해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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