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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행각 후 외국서 10년살다 잡히면 처벌 못한다?

강도행각 후 외국서 10년살다 잡히면 처벌 못한다?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6-01-12 11:22
업데이트 2016-01-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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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처벌 피하기 위해 외국 나갔는지 불명확해 공소시효 만료”

영국에서 살다가 잠시 우리나라에 들어와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출국했던 남성이 11년만에 재입국했다가 붙잡혔지만 법원이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도죄의 시효는 10년이지만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갈 경우 시효가 정지된다. 영장실질 심사를 맡은 재판부는 이 남성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외국으로 나갔는지 명확치 않아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

  12일 경찰에 따르면 2005년 2월 24일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던 이모(당시 18세)씨는 한국에 들어와 지내다 유흥비가 떨어지자 동갑내기 유학생 친구 권모씨와 함께 강도행각을 벌였다. 이씨 등은 강남구의 20대 여성 A씨의 집에 들어가 테이프로 A씨의 손발을 묶고 흉기를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다. 현금이 없는 것을 알아차린 이들은 A씨가 지인들에게 500만원을 이체시키도록 한 뒤 은행에서 돈을 찾아 달아났다.

 당시 경찰은 테이프 등에서 지문을 발견했지만 범인들은 지문 등록이 되지 않은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신원파악을 하지 못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후 장기 미제사건을 추적하던 강남경찰서 강력팀은 지문을 재검색해 이씨가 범인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는 강도 범행 후에도 환각 물질을 흡입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후 영국으로 돌아가 직장을 갖고 생활하다 두어 번 다시 한국에 오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받은 특수강도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는 2007년 법 개정에 따라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됐지만 당시 범행은 법 개정 이전이어서 기존의 10년이 적용된다.

 그러던 중 경찰은 이씨가 범행 11년 만인 지난 6일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입국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공항에서 체포했다. 이씨도 범행 일체를 자백해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서 이씨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외국에 체류한 것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었는지 확실치 않아 공소시효 정지 부분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죄를 짓고 외국에 나갔는데 자신이 처벌받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면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판사 역시 “시효에 대한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본 것 같다”며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라는 것은 공소시효 산입이 억울할 만큼 불가피한 경우에 한정해야 하는데,객관적인 상황이 없는 상태에서 목적 여부를 따지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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