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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탈북자 편견도 팔자려니 하니 오히려 장점 되던걸요”

[탈북자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탈북자 편견도 팔자려니 하니 오히려 장점 되던걸요”

이성원 기자
입력 2016-02-01 23:42
업데이트 2016-02-0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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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송씨 제약사 취업 성공기

서울대 나와도 번번이 서류 탈락

움츠러들지 않고 미국 인턴 경험

결국 100대 1 경쟁률 뚫고 입사

“저는 주변에 탈북자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공개했어요. 그 덕에 사소한 것도 떳떳하게 물어볼 수 있었고, 적응도 빠르게 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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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송씨
김설송씨
탈북자 출신 김설송(32)씨는 지난해 3월 제약회사인 동아ST에 입사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전에 탈북자를 뽑아 본 적이 없으니 조직 적응력 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입사 면접에서 스스로 움츠러들기보다 적극적으로 저의 장점을 밝히며 설득했어요. 그 점이 취업에 성공한 이유가 됐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김씨가 합격한 동아ST의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은 약 100대1이었다. 동아ST는 동아제약의 자회사로 전문 의약품을 만들고 해외 사업부문을 관리한다. 김씨는 현재 마케팅팀에서 의료기기 신사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17세 때인 2003년 6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북한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기 때문에 주유소 아르바이트 자리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할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학업을 이어 갈 여유는 없었다. “어느 날 문득 공부를 하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알바만 하다가는 평생 일용직 노동자 꼬리표를 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대학을 가기로 결심했죠.”

김씨는 2005년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2008년 3월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북한에서 배운 적이 없는 영어였다. “주위에서 서울대 합격한 비결을 많이들 물어보는데 하루도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 말곤 특별히 없었어요. 2년여의 노력 끝에 원하던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죠.”

서울대를 나왔지만, 취업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수십 개 기업에 원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고배를 마셨다. 탈북자라는 ‘보이지 않는 낙인’의 영향이 컸다. 특히 입사 면접에서 “탈북자에 대한 사회의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 “탈북자에 대한 편견에 실망하기보다 ‘타고난 팔자’라고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넘으려 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취업 스터디를 했고, 미국에서 8개월간 인턴 생활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평범한 합격자만큼은 준비를 하자고 다짐했어요. 실력만 있으면 편견은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요.”

김씨는 사회적 편견을 우려하는 탈북 청년들에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탈북자임을 주변에 일찍 알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탈북자들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따뜻한 한국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6-02-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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