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입주’ 갈등 격화…상인들 총궐기 발대식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입주’ 갈등 격화…상인들 총궐기 발대식

조용철 기자
입력 2016-02-15 22:54
업데이트 2016-02-16 00: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가게 크기 절반으로… 냉장고도 못 놔” “옛 시장서 무단 사용한 통로 면적 제외”

300여명 집회…경찰과 몸싸움도

수협, 철제 기둥으로 주차타워 폐쇄

완공 4개월째 입주한 상인 ‘0명’…새달 15일 입주 시한 앞두고 충돌

이미지 확대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300여명(경찰 추산)이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시장 건물 앞에 모여 신축 건물 입점을 거부한 채 전통시장 구역을 리모델링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300여명(경찰 추산)이 15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시장 건물 앞에 모여 신축 건물 입점을 거부한 채 전통시장 구역을 리모델링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미지 확대
지난해 10월 완공된 신축 건물이 상인들의 입점 거부로 4개월째 텅텅 비어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해 10월 완공된 신축 건물이 상인들의 입점 거부로 4개월째 텅텅 비어 있는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바지락 사러 왔는데, 아지매 어디 갔어요?”

“데모하러 갔어. 오늘은 만나기 힘들어.”

15일 오전 9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점포를 찾은 손님의 질문에 원래 장사를 하는 아내와 아들 대신 가게를 지키던 김모(72)씨가 말했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에 문을 연 점포는 절반도 안 됐다. 불을 켠 집들도 비닐천막으로 생선 판매대를 덮은 채 그냥 자리만 지키는 수준이었다.

“작년 10월에 이 옆에다 새로 수산시장 건물을 지었는데, 상점은 좁고 임대료는 비싸서 4개월째 아무도 안 가. 오늘 본격적으로 데모를 시작하는 거야.”

실제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산시장 현대화 건물 정문 앞에서 시장 상인 3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전통시장 사수 총궐기 발대식’이 열렸다. 새 건물에 입주하지 않겠다는 상인들의 반발은 6개월째다.

상인 박모(58)씨는 “새 건물은 천장이 낮고 칸막이도 있어서 수산시장이 아니라 동네 마트 같다”고 했다. 다른 상인은 “영업 면적이 현재 약 11㎡(3.3평)에서 4.9㎡(1.5평)로 줄어 수족관은커녕 냉장고도 못 놓는다”며 “목이 가장 좋은 매장의 월세는 현재 50만원에서 71만원으로 뛰게 된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전날 오후 시장을 관리하는 수협중앙회에서 상인들이 차량을 주차하는 주차타워을 철제 기둥으로 폐쇄하면서 상인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상인 최모(43·여)씨는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하려는 수협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며 “주차장에 딸린 현금인출기도 정전을 핑계로 문을 닫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주차타워 노후화로 콘크리트 박리현상이 일어나 안전 문제 때문에 폐쇄했다”며 “가게 면적도 옛 시장과 새 건물 모두 1.5평으로 같으며 그간 상인들이 통로를 무단으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월세도 1.5평에 대해서만 받고 있다”고 했다.

당초 낮 12시까지 끝낼 예정이던 집회는 오후 2시까지 이어졌다. 수협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상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 사이에 몸싸움이 빚어졌고, 일부 상인들은 망치를 이용해 주차장을 막아선 철제 기둥을 부수기도 했다.

현재 새 건물에 입주한 상인은 한 명도 없다. 수협은 지난달 15일까지 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마무리하고 지난달 말까지 입주를 마치려 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3월 15일로 새 건물의 입주 시점을 늦춘 상태다. 이를 위해 수협은 새 건물의 매장 자리를 정하는 온라인 추첨을 지난 10일부터 시작해 19일까지 진행한다.

‘생존권 쟁취’라고 적힌 붉은색 조끼를 입은 상인들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늦은 점심을 청했다. 그사이로 수협이 내보내는 방송이 들려왔다.

“추첨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3월 16일부터는 현재 시장은 철거되므로 영업점을 잃게 됩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2-16 11면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