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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탈출’ 11살 소녀가 들춰낸 자녀학대의 참상

‘맨발 탈출’ 11살 소녀가 들춰낸 자녀학대의 참상

입력 2016-02-16 11:33
업데이트 2016-02-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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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장기결석 조사 확대로 ‘피해아동 더 나올 수도’ 경고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40대 여성이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자백하면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우리 사회의 자녀학대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찰은 15일 경기도 광주의 야산을 수색한 끝에 2011년 사망 당시 7세였던 여아의 유골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인천의 빌라에 감금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하면서 시작된 당국의 장기 결석 아동 조사 이후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부천 초등생·여중생 학대 사망 사건은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났고 이번 사건은 조사 범위를 미취학 아동으로 넓히면서 불거졌다.

이들 3건의 자녀학대 사망 사건은 곳곳에서 유사점이 나타난다.

4년 4개월 전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모(42·여)씨는 남편과 불화 끝에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오는 등 가정 해체를 겪었다.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의 친부 역시 재혼한 뒤 계모와 함께 딸을 잔혹하게 학대하다가 때려 숨지게 했다. 세 자녀는 계모와의 갈등으로 어린 나이에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피해 아동들이 비참하게 살해된지 수년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최소한의 공적 안전망으로 제구실을 못 한 점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과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에서는 결석 아동에 대한 전화와 가정통신문 발송이라는 형식적인 출석 독려와 지자체가 학교 측의 현장 확인 요구마저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큰 딸 암매장 사건에서도 서울의 주민센터는 2011년 숨진 여아의 주소지로 취학통지서를 보낸 뒤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한 것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근 2개월 사이에 꼬리를 문 3건의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피의자인 부모 이외에 주변인들이 철저하게 학대를 방관하거나 가담한 점도 유사하다.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부모의 폭력과 학대를 알았던 친척과 지인 등은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신고하지 않았고 한결같이 침묵했다.

오히려 범행에 동조하고 적극 가담하기까지 하는 등 아동학대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

시신을 심하게 훼손하거나 11개월 넘게 방에 방치하고 암매장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 등 사회적 감시망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장기 결석 아동 조사가 초등생에서 중학생, 미취학 아동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앞으로 피해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소정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정에서의 자녀학대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취학 연령 아동들이어서 단기간에 드러났지만 집에서 기르는 재가 양육 아동들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학대는 피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인식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이미 설치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출생신고 단계부터 전체 부모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아동 학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가정을 지역사회로 끌어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아동가족학)는 “기본적으로 마을공동체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이 만연했다”면서 “지역사회가 고립·방치된 가정과 접촉면을 넓혀 개방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립된 가정을 방치하는 사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을 계기로 저소득층 가정과 접촉을 유지하는 보건소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취학 전까지 아동을 보호하고 부모를 지도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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