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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에 천만원”…구직사이트에서 만난 도둑의 유혹

“주 5일에 천만원”…구직사이트에서 만난 도둑의 유혹

입력 2016-02-24 14:03
업데이트 2016-0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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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고민 20대 공범으로 끌어들여…20여일간 1억 상당 훔쳐

“불법적인 일이고 아파트 털이다. 주 5일 근무에 주당 500만∼1천만원 벌게 해줄게.”

경북의 한 중소도시에서 상경한 도모(26)씨에게 ‘불법적인 일’, ‘아파트 털이’라는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을 뿐이다.

고졸 학력에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그는 건축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빚으로 산 대형 트럭으로 건축 자재를 이곳저곳에 나르는 일을 했으나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일감이 끊겨 결국 빚만 수천만원 남았다.

앞날이 막막했던 도씨는 이달 초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합니다. 아무 일이나 시켜주십시오.”

김모(52)씨가 그에게 ‘손길’을 내밀었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김씨의 말만 믿고 도씨는 서울로 올라갔다.

김씨는 전과 11범의 빈집털이 전문가였다. 김씨가 “동선만 잘 잡으면 경찰에 잡히지 않고 큰돈 벌 수 있다”며 범행을 제의하자 도씨는 이틀간 밥을 먹여주고 재워주며 따뜻하게 대해준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지트로 삼은 경기 부천의 모텔방에는 도씨처럼 인터넷을 통해 김씨를 만난 이모(33)씨, 성모(26)씨가 있었다.

이미 김씨와 여러 차례 범행을 한 이들에게서 치밀한 수법을 전해듣자 김씨를 향한 믿음은 더 굳건해졌다.

이들은 모텔방에서 인터넷으로 고층 계단식 아파트 가운데 한 층에 하나만 있는 집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런 집은 옆집이 없으니 대낮에도 범행이 쉽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씨와 성씨는 집을 터는 ‘일꾼’, 도씨는 망을 보는 ‘안테나’ 역할을 맡았다. 빈집을 털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택시를 3차례 갈아타고 김씨를 만나 그날의 ‘일당’을 받았다. 대포폰은 하루 세 차례 김씨에게 보고할 때만 켰다.

24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의 아파트 19곳을 털었다.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단 20여일간 이들이 훔친 금품은 1억600여만원 어치에 달했다.

경찰은 행적을 추적해 부천 아지트에서 다음 범행을 계획하던 이들을 상습특수절도 혐의로 검거했다. 총책 김씨와 전과 11범인 이씨는 구속됐으며 성씨와 도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에게서 장물을 사들인 혐의(장물취득)를 받는 홍모(68)씨도 붙잡혀 불구속 입건됐다.

도씨는 조사에서 “겁은 났지만, 빚이 많아서 사람 죽이는 일 말고는 무슨 일이든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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