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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어디있나” 한 깊어진 피해자 아버지의 절규

“정의는 어디있나” 한 깊어진 피해자 아버지의 절규

입력 2016-02-24 14:35
업데이트 2016-02-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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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청부살인’ 피해자 모친 14년 고통겪다 숨져

“진정성을 가지고 사과하면 목석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 화가 풀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사과는 고사하고 의지도 없어요. 아직도 돈이면 되는게 아니냐는 식이니 화가 나고 분통이 터지지요”

14년 전 경기 하남에서 발생한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 하모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피해자의 사죄도, 법의 단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중 삼중으로 괴롭다”고 토로했다.

하씨는 딸을 잃은 후 고통 속에 세월을 보내다 지난 20일 건강이 악화돼 숨진 아내를 전날 화장해 추모공원에 안치했다.

딸이 끔찍하게 살해된 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수면제와 술에 의지해 지내온 그녀는 숨질 당시 키 165㎝에 몸무게가 38㎏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야윈 상태였다.

“집 사람은 유일한 친구였어요. 얼마전 전화했더니 ‘집에 언제 올거냐’고 했는데...”

하씨 부부는 악몽같은 추억을 공유하는게 힘들어 따로 살아왔다고 한다. 부인은 평소에도 보통사람보다 식욕이 없는 편이었는데, 딸을 잃은 후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다보니 밥을 안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술에 취해도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했고, 술에 의존한 채 먹는 게 없어 영양실조로 숨진 것 같다고 하씨는 말했다.

고통 속에 살아온 아내마저 떠나 보낸 하씨는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던 영남제분 회장 일가에게 “이제라도 돈이면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가해자들은 사과는 고사하고 사과할 의지조차 없이 돈이면 다된다는 식이었다”며 “딸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건 가해자들을 단죄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이 모 방송 인터뷰에서 나를 (지가)로 지칭했다. 아직도 사과는 커녕, 돈이면 되는게 아니냐는 식이다. 그 분노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법원도 그런 문제는 확실하게 하고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밝혀지지도 못하고 응징도 안됐다”며 “지금 사과받는다고 해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너무 늦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아들도 어머니의 죽음을 원통해하며 그간의 고통스러웠던 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동생이 그렇게 떠나고 나서 아머니는 자살기도를 3차례나 할 정도로 괴로워했다”며 “부족할 것 없이 행복했던 가정이 그 사건 이후 불행을 겪게 됐지만 점차 이겨내려고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또 “청부살인을 교사한 회장 부인이 형집행정지 이후 VIP병실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해온 사실을 전해듣고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만든 재력가들에 대한 사건이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중인데 합당한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명문대 법대생이던 하모(당시 22세·여)씨는 실종된지 열흘 만인 2002년 3월 16일 하남시 검단산에서 공기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영남제분 회장 류모(69)씨의 부인 윤모(71)씨는 법조인 사위와 하씨와의 불륜을 의심, 친조카를 시켜 하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유방암 등을 이유로 2007년 형집행이 정지된 후 2013년까지 민간병원 호화병실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4년 10월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허위진단서를 발부해 윤씨가 형 집행정지를 받도록 도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세브란스병원 주치의 박모(55) 교수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허위 진단서 발급을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무죄 판단이 내려졌고, 이로 인해 1만 달러를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씨의 남편 류 회장도 이 사건과 관련 없는 횡령과 배임 혐의만 적용돼 징역 2년이던 원심 선고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해당 사건은 아직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A씨는 20일 오전 11시께 경기도 하남시 자신의 아파트 안방에서 침대 위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는 변사자의 위에서 음식물이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영양결핍 등이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소견을 냈다.

정확한 사인은 보름께 뒤에나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흔적이 없어 A씨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고 부검 후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숨진 A씨는 사망 당시 키 165㎝에 몸무게가 38㎏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 상태였다.

아파트 안방과 거실 등에서는 소주병과 맥주캔 등이 다량 발견돼 그간 A씨의 고통스러운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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