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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女항일투쟁사 ‘전무’…남자현 열사 실리나

교과서에 女항일투쟁사 ‘전무’…남자현 열사 실리나

입력 2016-02-29 07:17
업데이트 2016-02-2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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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 계기 재조명되고 관련단체는 결의문 촉구 준비

“여성 독립운동가 외면은 역사 인식 부족함 보여주는 것”

‘항일투쟁의 어머니’로 불리는 남자현 열사를 비롯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새 국정 역사 교과서에 실릴지 3·1절을 앞두고 관심을 끈다. 영화 ‘암살’을 계기로 남 열사의 삶이 재조명되고 추모단체가 여성운동가의 활약상을 교과서에 싣도록 촉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항일투쟁사 서술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교과서 수록 가능성을 높인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여성 항일 운동사를 기술한 부분은 ‘전무’ 하다시피 하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업 채택률이 약 30%인 비상교육 교과서는 전체 400여쪽 가운데 일제 강점기 역사는 5분의 1가량인 75쪽이다.

유관순 열사 외에 항일투쟁에 앞장선 여성 기술은 거의 없다. 1910년대 항일 민족 운동을 소개한 부분에서 ‘여성들이 주축이 된 송죽회 등이 항일 활동을 벌여나갔다’는 언급이 전부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일제 강점기 민족 운동사를 기술한 마지막 부분 ‘더 알아보기’ 코너에서 여성 투쟁사를 간략하게 다뤘다. 민족 운동가의 아내라는 시각의 기록이어서 ‘반쪽 평가’라는 지적을 받는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일제에 투쟁하던 민족 운동가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내였다. 아내들은 남편과 함께 민족 운동의 최전선에서 투쟁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남편을 대신해 시부모를 모시고 아이들을 키웠다’는 설명이 나온다.

당시 ‘신여성’의 삶을 별도로 다룬 교과서는 많다. 서양화가 나혜석, 소프라노 윤심덕, 기자 최은희 등이 주인공들이다.

시대 변화상과 함께 남성중심 체제를 흔든 여성운동을 다룬 것이어서 순수한 항일운동사적 기술과는 차이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친일 미국인 스티븐스를 저격한 장인환·전명운, ‘훙커우(虹口) 의거’ 윤봉길,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북로군정서 총사령관 김좌진 등 수많은 남성 투사들의 활약이 상세히 서술된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져 교과서 등장인물도 풍부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영화 ‘암살’의 흥행에 힘입어 남자현 열사 등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탠다.

남자현(1872∼1933) 열사는 영화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이다.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 등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을미의병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우다 3·1 운동 가담을 계기로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과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평범한 주부에서 국권 회복에 목숨을 건 독립투사로 변신해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무장 투쟁이나 테러 위주의 독립운동을 적극 후원하고 참여했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암살하려고 국내로 잠입하기도 했다. 만주 길림에서 김동삼,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 47명이 체포되자 석방투쟁을 벌였다.

1932년 만주사변 진상조사를 위한 국제연맹 조사단이 만주를 방문하자 손가락을 잘라 ‘조선독립원’(朝鮮獨立願)이라는 혈서를 써 전달했다. 1933년에는 만주국 전권대사 부토 노부요시를 사살하려다 체포돼 순국했다. ‘여자 안중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열사의 일생을 추적한 이상국 시인은 “마흔이 된 나이에 문득 ‘아녀자’의 질곡을 벗어버리고, 죽음을 불사한 투쟁에 뛰어들었다. 식민지 여성으로서 가장 자기초월적인 생을 걸었다”고 기록했다.

정부는 그의 공적을 인정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기도 했다.

모든 청소년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이런 기록이 없다. 정부는 집필 중인 새 국정 역사교과서에 남 열사의 위국헌신 정신을 소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선조의 빛나는 항일 운동 성과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 의도를 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이후 새로운 시각에서 항일운동사 기술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교육계 안팎에서 형성됐다.

‘여성 독립운동사 교과서 기술 촉구’ 운동을 전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은 “‘독립은 정신에 있다’고 한 남자현 열사, 충효애국 자손만대 보존의 말씀을 남기신 의병대장 윤희순 등 많은 여성 운동가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 인식이 아직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을 교과서에 싣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조만간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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