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동’ 용어, SNS 타고 초등학생에까지 침투

일본 ‘야동’ 용어, SNS 타고 초등학생에까지 침투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6-09 10:00
업데이트 2016-06-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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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어린이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초등학생 어린이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음악교사 A(36·여)씨는 지난 2일 동요 가사를 개사하는 수업을 하다 3학년 학생의 공책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만의 가사를 적는 괄호에 ‘앙 기모찌, 야메떼’라는 글 때문이었다.

기모찌와 야마떼는 각각 ‘좋아’ ‘그만해’라는 뜻의 일본어로, 일본 성인동영상에서 자주 쓰인다.

단어 자체가 나쁜 의미는 아니지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단어로 A 교사는 판단했다.

지난 3월 또 다른 전주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교사 B(40)씨에게 충격적인 제보를 했다.

친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음란한 용어로 대화한다는 것이었다.

B 교사가 진상을 파악해보니 사실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 3명이 단체 대화방에서 “너, 000했냐”, “000 해버려” 등 글이 적혔다.

‘000’를 컴퓨터 키보드에서 순서대로 치면 성관계를 의미하는 영어단어가 생긴다.

B 교사는 학생지도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뒤 부모들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했다.

성관계와 폭력 의미를 담은 신종 비속 은어는 초등학교에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주로 SNS로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여자 선배들이 남자들을 집으로 불러 성폭행한다는 ‘0000’, 친한 동생을 누군가 괴롭혔을 때 대신 싸우거나 보복하는 의미를 가진 ‘00’, 이성 교제를 뜻하는 ‘00’ 등이 초등학교에서 주로 문제 되는 은어들이다.

A 교사는 “이런 은어들을 대다수 5·6학년생이 아는 것 같고 저학년들도 따라 하는 것 같다”며 일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신종 은어의 급속한 확산은 초등학생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심리 때문으로 교사들은 분석했다. 야한 동영상이 초등학생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따라서 휴대전화로 쉽게 접하는 유해매체를 차단하고 부모와 자식 간 긴밀한 대화를 자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선경 한국 아동·청소년상담협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만 돼도 스마트폰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유해매체를 접한다”며 “인터넷 방송 등에서 성인들이 쓰는 폭력적·성적 언어를 거르지 않고 습득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언어까지 창조하는 실정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들이 이런 언어를 쓰는 사실을 부모가 일찍 알면 잘 대응할 수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언어 습관을 잘 모른다”며 가정에서 대화를 자주 할 것을 주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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