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맞다” 주치의 해명으로 더 가열되는 부검 논란

“병사 맞다” 주치의 해명으로 더 가열되는 부검 논란

입력 2016-10-03 19:34
업데이트 2016-10-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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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외인사’ 주장하며 반발…경찰은 “4일까지 유족 입장 기다릴 것”

지난달 25일 숨진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가 논란이 된 가운데 주치의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진단서 작성 과정에서 외압이 없었음을 밝혔으나, 관련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백씨의 죽음을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기록한 사망진단서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부검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백씨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는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 서성환홀에서 열린 ‘고 백남기 특별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서 “치료·진단서 작성 관련해 어떤 형태의 외압도 없었다”며 “의료인으로서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 기준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논란이 된 사망진단서를 주치의인 백 교수가 아니라 백 교수의 지시에 따라 담당 전공의(레지던트)가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원회는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가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기재된 데 대해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담당 교수의 재량이라고 밝혀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급성신부전이 외상에 의한 급성 경막하출혈인 것은 맞지만, 주치의가 헌신적인 치료를 해 상태가 안정된 이후 합병증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병사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사망 원인의 판단은 직접 담당한 의사의 재량에 속하고 만약 주치의가 이에 대해 적절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될 것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통계청과 대한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지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해명이다.

통계청이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발행한 ‘사망진단서 작성안내’ 책자에는 “외상의 합병증으로 질병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으면 사망의 종류는 외인사입니다”라며 “질병 외에 다른 외부 요인이 없다고 의학적 판단이 되는 경우만 병사를 선택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통계청은 이 책자에서 전신화상을 입은 이후 치료 중에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사망의 종류는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라고 구체적인 기재 사례까지 들어 설명했다.

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도 “만약 내가 주치의였다면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로 기록했을 것”이라며 “외인사로 표현하는 게 사망진단서 작성 원칙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백씨 사망의 종류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백씨의 부검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 등은 백씨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사망해 외인사가 명백하므로 부검할 필요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유족은 지난달 30일 언론에 공개한 서울대병원에 보내는 공개질의서에도 사망진단서에 사망을 ‘병사’로 분류한 이유가 무엇인지와 이를 수정할 용의가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포함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이 유족의 주장 달리 백씨의 사망이 병사가 맞다고 밝힌 만큼, 외인사인지 병사인지 등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주장에 명분이 실린다는 지적도 있다.

당초 경찰은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처음 신청하면서 그 사유를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서울대병원의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부검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부검 여부는 의학적 판단이 아니다”라면서도 “법의학적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몰린 사건은 부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영장 집행과 관련해 “앞서 부검 시행에 대한 협의 요청 공문을 보내 이달 4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만큼 일단 유족의 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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