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처럼 부산 덮친 파도… ‘물폭탄’ 울산 가슴까지 잠겨

영화 ‘해운대’처럼 부산 덮친 파도… ‘물폭탄’ 울산 가슴까지 잠겨

황경근 기자
입력 2016-10-05 22:44
업데이트 2016-10-06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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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한 비바람에 5만 가구 정전…마린시티 10m 파도에 쑥대밭

울산 태화강 한때 홍수 경보 발령
임시보강 조치 경주 2차 피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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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맨해튼’ 마린시티도 덮쳐
‘부산의 맨해튼’ 마린시티도 덮쳐 제18호 태풍 ‘차바’가 상륙한 5일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 파도가 들이쳐 아파트 앞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마린시티에는 5.1m의 방파제와 1.3m의 해안 방수벽이 설치돼 있지만 해일에 맞먹는 파도가 방파제와 방수벽을 넘어 도로를 덮쳤다. 동영상은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부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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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장 차량 ‘둥둥’
아파트 주차장 차량 ‘둥둥’ 태풍 ‘차바’가 상륙한 5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반천강변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차량들이 집중호우로 불어난 태화강물로 인해 물에 잠긴 채 어지럽게 뒤엉켜 둥둥 떠다니고 있다.
동영상 캡처
흔치 않게 10월에 찾아온 태풍 ‘차바’가 제주와 울산·부산 등 남부지역을 덮쳐 시민과 소방대원 등이 사망하고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와 주택과 공장 침수 등 큰 생채기를 남겼다. 2003년 태풍 ‘매미’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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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목숨건 구조
소방관 목숨건 구조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300㎜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진 울산 중구 우정동에서 한 소방관이 지하에 갇힌 시민을 구조하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제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부터 5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 659.5㎜, 삼각봉 549.5㎜, 사제비 540.5㎜, 어리목 536.5㎜ 등 물폭탄이 쏟아졌다. 제주 고산 지역의 5일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56.5m로, ‘매미’가 내습했던 2003년 9월 초속 60m에 이어 두 번째 역대급 강풍을 기록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제주에서는 한때 5만여 가구가 정전됐고, 애월 등 정수장 5곳도 가동하지 못해 조천 등 일부 지역에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선박 전복 사고도 잇따랐다. 이날 서귀포시에서는 하예포구에서 정박한 유자망어선 C호(5.7t)가, 화순항에선 어선 H호(3.5t)가 전복됐다. 제주시에서는 애월항에서 요트 P호(19t)가, 도두항에서는 레저보트 A호(8t) 등 4척이 침몰했다.

울산에서도 시간당 최고 124㎜의 폭우가 쏟아져 한때 2000여 가구가 정전되고, 주택 담장이 무너졌다. 홍수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던 태화강 둔치 주차장과 언양읍 반천 일대에 있던 차량 수십대가 침수 피해를 봤다. 또 중구 우정동 일대 상가들과 동구 전하동 맨션, 울주군 삼동면, 북구 구유동 주택 등도 침수됐다.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이 넘쳐 주민 30명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또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부경ENG와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아이에스하이텍도 침수돼 조업을 중단했다. 웅촌면 고연리 금양산업과 인근 공장에도 물이 차 조업 중단은 물론 일부 직원이 한때 고립되기도 했다. 또 웅촌면 고연리 대성산업, 대복리 오공본드 울산사무소, 삼동면 작동리 동서케미칼 공장 등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부산에서는 영화 ‘해운대’와 같이 파도가 도시를 덮치는 무시무시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강풍에 밀려온 파도가 순식간에 높이 5.1m의 방파제와 그 위에 들어선 1.3m 방수벽을 뛰어넘어 50m가량 떨어진 마린시티 상가 일대까지 침수됐다. 초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마린시티 내 해안도로 일부도 파손됐다. 관광지로 유명한 태종대 자갈마당이 강풍에 휩쓸려 쑥대밭이 됐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산사태 차량 통제

경남에서는 이날 오전 대전~통영 고속도로 고성 3터널 출구 통영 방향에 산사태가 발생, 통영 방향 차량 통행이 한때 통제됐다. 거제시와 부산시를 잇는 거가대교와 마산~창원을 잇는 마창대교도 이날 강한 비바람에 차량 통행이 일시 통제됐다. 거제시에서는 송전선이 끊어지는 바람에 능포동·옥포동·아주동·장승포동·수양동과 장목면·하청면·일운면 등 8개 동·면 지역 전기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9·12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경주 지역은 태풍 때문에 2차 피해가 우려됐으나 다행히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경주시는 “한옥 등 지진 피해 주택 2880채의 20%인 608채만이 완전히 복구된 상태”라며 “태풍 피해 최소화를 위해 미복구 주택 등에 대해 임시 보강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개막 앞둔 부산국제영화제 차질 우려

개막을 하루 앞둔 부산국제영화제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따르면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된 비프빌리지가 태풍으로 크게 파손되면서 복구하는 데 며칠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빈 컨테이너 3층 높이의 구조물인 비프빌리지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비롯해 감독과의 대화, 주요 배우 인터뷰와 야외무대 인사 등이 계획돼 있어 영화제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태풍 영향으로 비프빌리지 나무 벽체나 가림막이 부서지거나 떨어져 날아갔고, 모래가 밀려들어 왔다. 이에 따라 영화제 측은 비프빌리지의 모든 일정을 영화의전당 ‘두레라움’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준비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제주 황경근 기자·울산 박정훈 기자

부산 김정한 기자·창원 강원식 기자

경주 김상화 기자 kkhwang@seoul.co.kr

2016-10-0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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