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뮤직비디오로 유명…최순실 발판 삼아 문화계 ‘쥐락펴락’
긴 잠행을 끝내고 8일 귀국해 모습을 드러낸 광고감독 차은택(47) 씨는 애초 정치계 ‘비선 실세’와는 거리가 먼 문화계의 유명 인사였다.CF 감독 출신으로 영상 제작자·공연 연출가로도 활동한 차씨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 유승준 ‘찾길 바래’, 이효리의 ‘유고걸’ 등이 차씨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그 덕분에 엠넷 뮤직비디오 페스티벌 대상, 골든디스크상 뮤직비디오 감독상 등 굵직한 상을 여럿 받았다.
지하철이 달려오는 장면에 귀신의 모습이 비쳐 가요 팬들의 입소문을 탄 이승환의 ‘애원’ 뮤직비디오도 그의 손을 거쳤다. 차씨는 훗날 “‘조작’이라는 오해를 받았지만 내 이름을 알리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CF 제작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SK텔레콤의 ‘붉은 악마’ 시리즈, 정우성·전지현이 출연해 화제가 된 음료수 ‘2%’ 광고로 입지를 다지더니 2000년대 후반에는 싸이, 티아라, 빅뱅 등 당대의 톱스타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런 차씨가 ‘비선 실세’의 또 다른 몸통으로 불릴 만한 최순실(60·구속) 씨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의 덕이 컸다.
승마선수 출신이면서도 연예계 인사와 친분이 두터웠던 장씨는 차씨와 최씨를 잇는 가교 구실을 했다.
‘최순실’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은 차씨는 자신이 다져온 경력을 토대로 점점 문화계를 장악해 갔다.
2014년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주력사업을 담당한 창조경제추진단장까지 지냈다.
그 사이 차씨의 석연찮은 승승장구에 의심의 눈길이 쏠렸다.
정부가 시행하는 각종 문화 관련 사업을 따내고 대학 은사와 외삼촌이 각각 문화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임명되자 ‘문화계 황태자’는 어느새 ‘문화계 비선 실세’가 돼 있었다.
매일 청와대로부터 두꺼운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하는 ‘비선 모임’에 항상 차씨가 있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각종 메가톤급 의혹이 불거져 결국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되면서 ‘문화계 황태자’, ‘비선 실세’의 운명은 이제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