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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 개편·사교육 금지…쏟아지는 교육공약, 현실성 있을까

학제 개편·사교육 금지…쏟아지는 교육공약, 현실성 있을까

입력 2017-02-07 16:15
업데이트 2017-02-0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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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진지한 고민 없이 눈길 끌기용” 우려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각당의 대선 주자들은 물론이고 시도 교육감,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교육공약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유치원과 초중등 수업, 사교육, 대학 입시에 이르기까지 교육정책은 누구나 관심을 기울이는 민감한 이슈이지만 그만큼 개혁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번에 나온 공약들 역시 눈에 띄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것들이 많아 선심성 구호에 그치는 것 아닌지 교육계는 우려한다.

◇ 학제 개편·사교육 금지·대학 평준화…파격적 공약들

최근 교육공약을 가장 획기적으로 내건 후보는 바로 국민의당 유력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다.

안 전 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개혁안을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공약은 ‘초등 6년-중학교 3년-고교 3년’으로 이어지는 현행 학제를 ‘초등 5년-중학교 5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으로 개편하는 것이 골자다.

또 중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또는 직업 훈련으로 선택 기회를 주되 직업 훈련의 경우에도 산업체에서 일정 기간 일하면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주자고 안 전 대표는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 혁신안”이라 자평하면서 “지금 우리의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다. 정해진 답을 잘 외우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인성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대권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파격적 공약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달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사교육은 마약과도 같다. 몸에도 안좋고 돈도 많이 들고 효과도 없는데 옆집이 하니 다 따라한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금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말했다.

또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를 폐지하고 수능에서 수시 대신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입사지원서나 입학지원서에 출신학교란을 없애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의 입법도 제안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고교 및 대학 서열화 철폐, 특목고 폐지 등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제목의 대담집에서 교육 분야와 관련해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전문 분야로 재편해야 한다. 일종의 대학 평준화가 필요하다. 명문대를 가기 위한 방편으로 운영되는 특목고는 다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 역시 지난달 26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사고, 외고를 폐지하고 일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를 폐지하거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라는 협의체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등장한 이 공약은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시마다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고, 특히 정권 성향에 따라 이념 싸움으로 번지는 현실에 대한 자성에서 나온 것이다.

정권 임기에 얽매이지 않는 중장기적 기구를 설치해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자는 구상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6일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교육 개혁을 이뤄낼 ‘교육 대통령’이어야 한다”면서 교육부 권한을 교육감에게 과감히 이양하고, 국가교육위를 설치해 의제 설정·추진을 담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7일 ‘19대 대선 공약 전문가 초청 콘퍼런스’를 열어 학교 서열화 완화, 사교육 금지를 위해 대학입학보장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휴일 학원 휴무제 등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 교육계 “실현 가능성 회의적” 평가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눈길 끌기용 선심성 공약’이 이번에도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안 전 대표의 학제 개편안에 대해서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학제 개편은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따라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까지 내놔야지 무조건 혁명적 발상만 내놓으면 학생, 학부모 불안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2년 과정의 진로탐색학교에 대해서도 김 대변인은 “중등학교까지 마쳤는데 진로탐색 학교라니 개념을 잘 모르겠다. 진로탐색은 교육과정 속에서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대표는 “학제 개편은 10년전 쯤 교육부도 연구를 했다가 엄청난 구조조정과 교사 감축 등 여러 혼란이 예상돼 접었던 것”이라며 “학제 개편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강혜승 서울지부장은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문제”라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돈 있는 아이들이 유리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아이들이 낙오되는 구조인데, 이는 학제가 개편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의 ‘사교육 금지’ 공약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송재혁 대변인은 “사교육을 금지하는 건 위헌적 요소가 있고 실효성도 없어 보인다”며 “사교육이 횡행하는 근본 원인은 대학과 고교의 서열화 때문인데, 사교육 금지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혜승 지부장은 “현 사회 구조에서 소위 ‘스카이’(SKY) 대학에 대한 맹목적인 학부모 신뢰가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타파할지, 입시를 어떻게 바꿀지 등 근본 변화에 대한 얘기 없이 사교육 금지만을 말하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 폐지 혹은 국가교육위 설치안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김재철 대변인은 “아무리 지방 자치가 발달해도 중앙 정부가 할 일이 있다. 시도의 교육 격차나 갈등 조정은 중앙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나온 정책이 제대로 실행된 적은 없다”며 “공약 가운데 국민이 호응할 수 있는 것을 골라 교육자뿐 아니라 시민단체, 학부모 모두 참여해 논의하고 실행하는 독립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재혁 대변인도 “현 정부의 공약도 괜찮은 게 많았으나 고교 무상교육 등은 결국 무산됐다”며 “경쟁하듯 정책을 내놓지 말고 근본 원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그러기 위해 국가교육위를 만들어 함께 논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우 대표는 “과거 대선에서 나온 교육 공약들은 대부분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교육 복지 측면에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많았다”며 “더 근본적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고민이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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