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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맞고, 발로 차이고’…폭력에 시달린 ‘공포의 어학연수’

‘뺨 맞고, 발로 차이고’…폭력에 시달린 ‘공포의 어학연수’

입력 2017-02-22 14:29
업데이트 2017-02-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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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측 “인성교육 차원 훈육”…학부모들, 경찰에 고소장 접수

전북의 한 사단법인이 실시한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학생들이 인솔교사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법인은 ‘인성교육 차원’에서 아이들을 때렸다고 해명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 이 사단법인은 ‘겨울 영어권 어학연수 모집공고’를 냈다.

법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자녀 28명을 지난 1월 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어학연수에 보냈다.

총 경비 390여만원 중 학부모들은 240만∼260만원을 부담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학부모들은 어학 실력 향상을 위해 자녀들을 필리핀행 비행기 편에 태웠다.

하지만 출국한 아이들은 일주일 뒤 온몸의 통증을 호소했다.

학부모 A(39·여)씨에 따르면 아들 B(14)군으로부터 어느 날 저녁 전화가 걸려왔다.

겁에 질린 아이는 당초 폭행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다.

인솔교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부모와 통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A씨는 통화하는 내내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B군을 수상하게 여겨 이유를 물었다.

위축된 목소리의 B군은 인솔교사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B군을 포함한 아이들이 방에서 장난을 치던 중 한 학생이 상처를 입었고, 이를 본 인솔교사가 B군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는 것.

B군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자 인솔교사는 B군을 벽으로 밀치고 또다시 뺨을 7차례 때렸다.

금쪽같은 아들이 상습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고 A씨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겼다.

인솔교사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비정상적 언행을 일삼았다.

어학연수에 참여한 28명 중 초·중등생 10여명이 교사로부터 얻어맞았다.

폭행 이유도 갖가지였다. 아이들은 ‘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맞았고, 쓰레기를 지정된 곳에 버리지 않아 가슴 등을 발로 걷어차였다.

교사는 ‘누군가 내 모자를 구겼다’며 주변에 있던 아이들을 손과 발로 때리기도 했다.

교사는 반항할 힘이 충분한 고등학생에게 손대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은 ‘교사에게 반항하면 집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 아이는 연수를 마친 뒤 폭행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학부모들은 사단법인 측이 아이들의 용돈을 모두 걷어 보관했으나 제대로 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어학연수에 동행한 법인 이사는 골프를 치러 다녔고 수학을 담당한 인솔교사는 연수 내내 수학을 단 1시간도 가르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학부모들은 법인에 공식 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인 측은 “맞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인성교육 차원에서 때렸다. 이유 없이 폭행하지 않았고”고 해명했다.

피해 학부모 10여명은 22일 법인을 상대로 전북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설레서 잠도 못 이루던 아이들이 폭행을 당하고 돌아왔다. 연수 내내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 생각만 하면 치가 떨린다”며 “법인은 공식으로 사과하고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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