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등짐펌프 지고 수락산 불 끈 시민들…‘의용소방대’ 빛났다

밤새 등짐펌프 지고 수락산 불 끈 시민들…‘의용소방대’ 빛났다

입력 2017-06-02 10:33
업데이트 2017-06-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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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되고 싶어서 저녁모임 하다·반차내고”…화재 30분만에 100여명 집결

1일 저녁부터 2일 오전까지 계속된 서울 노원구 수락산 산불 진압 과정에서 저마다 일을 제쳐놓고 뛰어나온 시민들의 의식이 빛났다.

이날 오전 수락산 입구로 들어가는 ‘먹자골목’에는 불길이 대부분 잡힌 탓에 불이나 연기를 보기는 어려웠지만, 소방차와 임시 천막, 길바닥에 널려진 등짐펌프가 늘어서 급박했던 진압 상황을 보여줬다.

노원구 주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들은 전날 오후 9시 8분께 화재가 접수된 이후 30여분 만에 수락산 인근으로 집결했다. 늦은 밤 공지된 일정이었지만 의용소방대원들은 저녁모임을 하다 말고, 집에서 쉬다 말고 뛰쳐나와 오후 10시까지 200명 중 126명이 모였다.

의용소방대는 화재 발생시 교통 통제 등 소방관 업무를 보조하고 평상시에는 교육, 봉사를 담당하는 자발적인 주민 조직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주부들이 70∼80%라고 한다.

전날 의용소방대원 중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는 김정미(51·여)씨는 “모두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현장에 직접 투입되지는 않았지만 커피, 녹차 등 차를 준비해 소방대원에게 제공했는데 별로 도움은 되지 못해도 뿌듯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태훈(47)씨는 밤을 꼬박 새운 다음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아예 반차를 썼다. “이제 2년차 된 새내기 대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씨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제가 할 수 있어서 보람있었다”고 웃었다.

의용소방대가 아닌 주민들도 아침부터 본부 주변에 나와 고생한 소방대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인근 주민 정필순(74·여)씨는 “고생하는 소방대원들이 너무 안쓰러워서 집에 다시 들어가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믹스커피를 타 왔다”며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서 고생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과 노원구청 등 관계기관은 전날부터 그야말로 한숨도 자지 못하고 진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랜턴을 켠 상태로 장비를 이고 가는 야간 진화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암벽을 타고 가다 가시나무에 찔렸다는 소방대원도 있었다.

진화작업을 하던 구청 건설관리과 직원 곽모(53)씨는 오전 2시 30분께 진화작업을 하다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치료 받은 후 출근했다.

큰 불을 잡아 낸 소방당국은 현재 낙엽을 뒤져가며 잔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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