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11억 뒷돈 받고 술자리 욕설… 갑질 의사 100명

11억 뒷돈 받고 술자리 욕설… 갑질 의사 100명

김정한 기자
입력 2017-08-10 22:46
업데이트 2017-08-11 00:5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환자에게 의료보조기 소개하고 리베이트 명목 돈봉투 받아 챙겨

술값 대납·골프장 부킹도 요구… 업체는 제품값 바가지 씌워 충당

의료보조기 판매업체에게 환자들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상상을 초월하는 향응과 접대, 금품을 상습적으로 받고 욕설과 폭언 등 온갖 갑질을 해온 정형외과 의사 10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있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0일 의료보조기 판매업체 H사 대표 문모(42) 씨를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문씨에게서 리베이트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부산·경남지역 15개 병원 정형외과 의사 2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72명을 기관통보했다.

적발된 의사 수가 너무 많아 10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자 72명은 사법처리 없이 기관통보 조치를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문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부산의 대학병원 3곳을 포함해 부산 경남 37곳 병원 정형외과 의사 100명에게 의료보조기가 필요한 환자 수천명을 소개받고 리베이트 명목 등으로 총 11억3700여만원을 준 혐의다.

이 의사들은 의족, 척추보조기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 H사 직원을 병원으로 불러 보조기를 팔 수 있게 해주고 판매금액의 20∼30%를 월별 또는 분기별로 받아 챙겼다. 업체에서는 봉투에 현금과 함께 판매한 제품 및 개수 등 리스트를 동봉해 의사들이 리베이트 액수를 확인하도록 했다.

H사는 시중보다 20∼30% 비싸게 제품 가격을 책정, 환자들에게 판매하며 폭리를 취했다. 리베이트를 맞추기 위해 28만원짜리 척추보조기를 40만원에 파는 등 환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

부산 A병원 의사 남모(50) 씨는 5년여간 9500여만원을 챙겼고 공소시효(2011년 2월) 이전에도 뒷돈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H사는 또 지난해 10월 경남에 개원한 40대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해달라며 5000만원을 줬고 환자를 많이 소개해주는 의사들에게는 한우세트 등을 명절 선물로 줬다.

의사들은 리베이트 외에 H사에 학회비와 간식비 지원, 술값·밥값 대납, 골프장 부킹 등을 요구했고 모 대학병원 의사 2명은 성접대까지 받았다. 일부 의사는 술자리에서 나이 많은 업체 직원에게 반말하거나 욕설하는 등 하인 다루 듯이 했다.

이들 의사들은 경찰이 수사를 벌이자 ‘X레이 콘퍼런스 회의’를 개최하는 것처럼 꾸며 증거인멸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또 H사 대표에게 관련 자료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리베이트 금액이 큰 의사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 등이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2017-08-11 10면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 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