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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 때문에 안 돼” 여성들 탈락시킨 가스公

“출산·육아 때문에 안 돼” 여성들 탈락시킨 가스公

남인우 기자
남인우 기자
입력 2017-09-27 23:50
업데이트 2017-09-28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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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동 前사장 구속 기소

‘면접점수 조작’ 7명 불합격
박 前사장 비리 무마 목적으로 검찰 수사관 등에 금품도 건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사 채용에 개입, 업무 연속성 단절 등을 이유로 면접 순위를 조작해 여성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편의 제공과 승진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은 박기동(60) 전 사장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2015년 1월과 지난해 5월 사원 공개채용 당시 여성 합격자를 줄이기 위해 인사담당자들에게 면접 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불합격 대상 남자 13명이 합격하고 합격 대상에 포함된 여자 7명이 불합격됐다.

검찰 관계자는 “여자는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여성을 탈락시킨 최초의 사례로 보여진다”며 “억울하게 불합격한 여성들이 소송하면 구제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사장은 또 2015년 1월 공개채용 당시 지인의 청탁을 받고 인사담당자를 통해 면접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부탁해 3명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230개 지점을 보유한 세계적인 가스 도관 업체인 ‘존 크레인’(John Crane)에서 근무했던 한 여성 지원자가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불합격 처리된 황당한 경우도 있다. 박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회사 영문 이름을 보고 크레인 제작 회사로 오인해 면접 순위를 낮췄다”고 진술했다.

박 전 사장은 뇌물수수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가스안전공사 이사로 재직하던 2012∼2014년 특정 업체로부터 가스안전인증 기준(KGS 코드)을 업체에 유리하게 제·개정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사장은 이사 재직 시 공사와 계약서를 작성한 업체로부터 수익의 일부를 차명계좌로 송금받기도 했다. 연구용역과 대통령 표창 추천, 내부 승진 등의 대가로도 금품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박 전 사장이 받은 돈은 모두 1억 3310만원으로 조사됐다.

박 전 사장은 자신의 비리를 포착한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고 이어 검찰까지 수사에 착수하자 이를 무마시킬 목적으로 전직 감사원 감사관, 현직 검찰수사관, 전직 기자 출신 브로커 등 3명에게 총 4700만원을 건넸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들 3명도 이번에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채용비리에 가담한 인사부 직원 5명과 박 전 사장에게 뇌물을 준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사장은 1980년 공채 1기 기계직으로 가스안전공사에 입사해 기술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4년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에 올랐다. 비리가 드러나면서 지난 19일 해임됐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7-09-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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