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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낙태수술 하루에 3000건”…정부 추정치 3배

의료계 “낙태수술 하루에 3000건”…정부 추정치 3배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11-26 21:34
업데이트 2017-11-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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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경험한 여성 청소년 85% ‘낙태’ 심각

청와대가 26일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태아의 생명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처벌 강화 위주 정책으로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며 8년간 중단됐던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낙태로 인한 모든 부담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현행법 시스템을 손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 간에 낙태수술과 관련된 기초자료조차 데이터가 엇갈리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갤러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 프로젝트 : Battle ground 269’ 모습. 한국여성민우회는 사진작가 혜영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보름간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를 폐지하자는 의미에서 여성의 몸에 낙태죄 폐지 메시지를 적은 269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2017.11.2 서울신문 DB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갤러리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 프로젝트 : Battle ground 269’ 모습. 한국여성민우회는 사진작가 혜영과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보름간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를 폐지하자는 의미에서 여성의 몸에 낙태죄 폐지 메시지를 적은 269장의 사진을 전시했다. 2017.11.2 서울신문 DB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현재 우리나라의 일평균 낙태수술 건수를 약 3000건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복지부 공식 발표자료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복지부는 2005년 하루 평균 낙태수술이 1000건 정도 시행됐고 2010년에는 이보다 낙태수술이 훨씬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복지부가 발표할 당시 연간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2005년 34만 2000건, 2010년 16만 8000건이었다.

그러나 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복지부 발표처럼 낙태수술이 5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각종 토론회 등에서 2010년 자료 대신 12년 전 자료인 2005년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올해 초 국회에서 열린 ‘불법 인공임신 중절 수술 논란에 대한 해결책은?’ 관련 토론회에서 이동욱 산부인과의사회 경기지회장은 “암묵적으로 시행되는 낙태수술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술 건수는 복지부 통계보다 3배 이상 많을 것”이라며 “하루 평균 3000명이 낙태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009년 발표한 중·고등학생의 성(性) 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중 85.4%가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답할 정도로 청소년 낙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경기지회장은 “10대 학생의 경우 아직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고, 사회적 시선이 따가우므로 임신하면 대부분 낙태수술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수십 년째 사회적 합의 없이 낙태수술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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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낙태죄 폐지 결의 범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 11. 9.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낙태죄 폐지 결의 범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 11. 9.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김동석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1973년 제정된 후 무려 44년 동안 낙태죄 처벌에 관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은 어떠한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유지돼왔다”며 “구시대적인 법률에 따라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과 산부인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인공임신 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이에 합당한 현실적인 법률 개정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여성의 행복·건강·임신·출산이 함께 지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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