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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10만원’ 담배는 되고 막걸리는 안 된다?

‘설 선물 10만원’ 담배는 되고 막걸리는 안 된다?

이하영 기자
입력 2018-02-08 23:06
업데이트 2018-02-09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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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가공품 기준 혼란

농축산물 함량 50% 땐 10만원
같은 제품도 홍삼·수삼 기준 달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이후 처음 맞는 설 명절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10만원’ 선물 기준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 5만원이었던 선물액이 농축수산물과 농축산물 재료가 50% 초과로 포함된 가공품에 한해 10만원까지 허용하면서, 같은 가공품이라도 재료 함량에 따라 선물 가능 금액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을 앞두고 함량 여부 판단이 애매한 농축수산물 가공품 제조 업체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관련 부처들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업체들만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삼류 제품의 경우 홍삼 함량이 50% 초과인 진액이나 절편 등은 10만원 선물이 가능하나 50% 이하의 연한 농도의 제품은 5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홍삼농축액 성분이 50% 이하라도 농축액을 물에 희석하기 전인 수삼 함량으로 환산할 경우 50%를 넘기는 경우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이론적으로는 담배도 담뱃잎이 제품의 50% 초과로 구성하고 있는 만큼 10만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다.

반면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막걸리 가운데 쌀과 누룩 등 농산물 비율이 50% 이하인 경우 5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상당수 막걸리의 쌀과 누룩 함량이 1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개별 제품마다 함량을 따져야 하는 복잡한 셈법에 업계와 관계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혼란이 빚어진 것은 입법 과정에서 농축액 함유 제품이 많은 농축수산가공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함량 50%라는 일률적 잣대를 규정해버렸기 때문이다. 당초 선물액 조정 대상엔 순수 농축수산물만 해당됐으나 업계 반발로 가공품 50% 규정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을 배려하기 위해’ 조정했다는 이 조항으로 인해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작 입법과정에 참여한 관계부처들은 이런 맹점으로 항의가 잇따르자 서로 해석과 책임을 미루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시행령 보완을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해양수산부 등 각 실무부처에서 관리하는 제품별 구성내용에 따라 법을 적용해 정확히 안내하고, 소비자들을 위해 함량 표기를 정확히 하는 등 세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 부처는 문의하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청탁금지법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에 해석을 요구하라”며 발을 빼고 있다. 덕분에 업계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부처만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50% 함량이라는 기준은 있지만, 농축액이 들어가는 제품 등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어 권익위의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러나 권익위 측은 “함량 기준은 법에 이미 명시된 것으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세부 제품별 판단은 각 제품을 관리하는 실무 부처에서 안내하는 것이 맞다”고 받아쳤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권익위는 오는 13일 진행되는 각 부처 부패방지법 지침 전달 회의에서 청탁금지법에 관한 부처별 역할도 짚고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현재는 권익위에 각 부처의 수십만 가지의 제품을 하나씩 해석해 달라는 실정”이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다시금 각 부처의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2018-02-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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